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Sep 11. 2023

싸움은 비슷한 체급에서 난다.

화도 싸움도 그러하다.

부서장 S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연차는 하루만 써라.

연세를 듣자하니 호상인데 일 좀 더 하고 출발해라 같이

별소리를 다 했음에도 부의는 커녕 조문도 하지 않았죠.


덕분인지 S가 참 미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S가 하는 나쁜 행동들을 고발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러던 S는 보직에서 내려와 은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결혼을 한다며 멋쩍게 청첩장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머리속에는 저의 부고 소식에 본인이 했던 이야기들은 기억조차도 없겠죠.

그렇게 저에게 축하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지도 않고 기꺼이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그 시간들 동안 저는 성장했고, 더이상 S는 저에게 면박을 줄 수 없는 위치였거든요.





순간순간들이 밉다 못해 제가 미칠 것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동기지만 나이가 많은 J는 사건 사고가 있는 현장을 늘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주변에 있다가는 사고 수습에 동원되기 일쑤였죠.


사건 사고가 생길 것 같다고 얘기해주면,

무시 당하는 듯하다며, 조언을 늘 무시했어요.

저도 얘기하지 않고 지나가면 좋지만,

저는 항상 수습에 동원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거든요.



시간이 많이 지나 저는 이제 사고 수습에 베테랑이 되있었고,

그는 여전히 사고뭉치로 남았습니다.


자연스레 회사에서 J는 새로운 계획이랄 걸 혼자 할 수 없었지요.


그렇게 체급이 바뀌고 나니

J가 하는 말을 신경쓰는 빈도가 제법 줄었습니다.


S와 J 모두, 비슷한 공간이나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지지고 볶는 동안에야

화도 나고 했지만,

이제 체급이 달라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자지니

화가 날 일도 없고, 자연스레 싸움도 줄어듭니다.



상대가 너무 마음에 안든다면,

내가 빨리 체급을 바꾸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기가 문다고 화가 나지는 않잖아요.

조금의 짜증 정도로 치부할 체급이 되어보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쭐대지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