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이먹고 그렇게까지 해야해?
집중력은 차치하고
일단 일을 더 잘하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집중력이 엄청 올라갔다거나
갑자기 이해가 안되던 문장이 스르륵 하고 읽힌다거나
그런 드라마틱한 효과는 나에게 없었어.
그런데 우선 자는데 문제가 없어졌어.
인생에 단 한번도 안깨고 자본적이 없고
늘 무언가에 쫒기는 꿈을 꿨어. 가위도 자주 눌렸고.
화장실도 한두번은 다녀왔어.
잘 잤다 싶은 날에도 피곤해서 움직임이 더뎠지.
그런데 같은 시간에 까무러치듯이 잠들고
아침 조명에 퍼뜩 눈이 떠지는 일상이야.
개운한건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낮에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어.
소화불량은 달고 살았는데
치료를 시작한 이래 소화가 안된 적은 없어.
한의원에서 늘 위가 건강한데 왜 체를 자주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길 자주 들었는데
요즘은 그 건강함을 체감하고 있어
보통은 3주 정도에 한번쯤 체해서 2~3일 정도는 못먹었는데
그런 일이 아예 없어.
화장실도 덜 자주가.
소변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들기도 하고,
덕분에 어느 장소에 가기 전에 강박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덜 들지.
목소리의 데시벨은 조금 더 낮아졌어.
욱해서 후회하는 것 역시나 마찬가지야.
반응이 조금 덜 즉각적인 듯해.
덕분에 사람들하고 관계도 괜찮아졌지.
처음에 치료를 결심했던 이유인,
중구난방으로 부서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잦아들었고.
내 경우에는 부작용이 없지는 않았지만, 심하지도 않았어.
용량을 올릴 때마다 두통이 심해졌고,
혈압이 오르거나,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커피를 먹고 나면 심장이 뛰는게 너무 느껴지거나 하는 부작용이었지.
밥생각이 없으니, 입 안이 마르는 정도의 부작용도 있었지.
그랬지만, 내가 잘 잘 수 있어서, 피곤하지 않아서,
그리고 소화로 몇날을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부작용을 알고도 치료를 시작할테냐라고 하면 할거야.
더 이르게 치료 했다면,
집중력이 좋아져서 공부를 더 잘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얼 했더라도 맑은 정신으로 깨어있었을테니
뭐라도 지난날보다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해.
진단하는데는 30만원, 한달에 치료하는데는 5만원 정도 쓰는 것 같아.
그런데, 이 비용을 들여서 내가 한달을 잘 자고,
한달을 소화불량에 시달리거나 머리가 아프지 않은데 쓰라고 한다면
기꺼이 쓰겠어.
덕분에 내가 어른이어서, 이 돈을 부담할 수 있어서 처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봤어.
전에는 내가 아플지도 모르니, 어떤 약속을 잡는게 두려웠고,
신규로 업무를 벌이는게 무서웠는데,
그런 불안감들도 잦아들어서,
자연스럽게 안전장치들로 마련해둔 보험들도 줄었어.
덕분에 강박증도 줄어든 느낌이야.
마흔줄에 이런 치료를 받겠냐고?
지금부터 건강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