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여행
할머니를 모시고 움직이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손발이 자유롭다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보행기만으로 이동하시겠다고 할 때,
상대적으로 휠체어보다는 난이도가 낮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보행기로 계단을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을 몰랐으며,
오히려 한사람은 보행기를 이동하고,
한사람은 할머니의 이동을 도와야 했다.
차량을 빌릴 때 조차 할머니를 고려해야 했다.
할머니의 탑승이 편하도록 suv를 빌려야 하면서
보행기를 넣어야 하니, 뒷쪽에 LPG 탱크가 있는 차량은 안됬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커지기 전이라 그런 차량은 흔하지 않았으나,
택시회사에 사정을 얘기한 덕에 전기차 SUV를 기사님과 함께 예약할 수 있었다.
내가 아는 제주도의 명소와 식당들은 이미 무용지물이었다.
계단이 너무 많거나, 길목이 돌이나 잔디로 되어 있었다.
다른 누군가는 같은 경험을 했지 않았을까 하여
연세 많으신 분들의 여행을 검색해봤다.
휠체어 여행으로는 검색해봐야 효과도 없어서
3대 여행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는 거동이 가능하신 어르신들이 손주들과 동행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유모차로 검색했다
유모차로 검색하면 휠체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패착이었다.
아이들을 가볍기 때문에 약간의 계단은 유모차를 들어올린다고 가정하고
쓰여진 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 의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식당의 의자 모양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걸렀으면 되지 왜 패착이라고 하느냐고?
거르지 못하고 현장에 가서야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계단 세개를 올라가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어떤 식당은 등받이가 아예 없었다.
짚고 일어나거나 앉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보행기를 밀고 테이블까지 들어가기에 복도가 협소한 공간도 있었다.
덕분에 수족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공간을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 다양한만큼
나의 할머니의 취향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바다를 보고 싶어했지만, 내릴 수 없었다.
해안가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는 있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는 없었다.
덕분에 해안가 주차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 한잔이 할머니에게 최대한이었다.
으레 할머니에게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불평은 나를 향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불평이라 가만 듣고 있었다.
엄마는 미안해하면서, 본인은 좋았노라고 고맙다고 연신 얘기했다.
나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도 잠깐이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간 할머니가 삼촌에게
너무 좋다, 즐겁다, 또 와야겠다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때에는 할머니에게
좋다는 얘기도, 고맙다는 얘기도
모시고 다닌 당사자가 아닌
왜 집에 꼼짝도 안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지를 물었다.
할머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집에 다다를 때까지도 할머니는 다시 그런 내색을 내게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제 몸이 힘들어 여행은 못가겠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