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효도에도 궁합이 필요하다

받는 사람에게도 의무가 있다

by 올망

내내 아프다고 하던 할머니는

몸이 괜찮아지고 나서 찾아온 자식들에게

너무 좋았다 또 가고 싶다는 얘기를 다시금 꺼내기 시작했다.


삼촌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나한테는 좋다는 얘기 안하셨으니,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시라.

그게 나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시어머니의 칠순에

제주도를 갔을 때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입단속을 시키셨다.

조금 모자라게 좋더라도, "좋다" "고맙다"를 계속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또 모시고 오겠다는 결심을 할 수 없다고.

그리고 계속 좋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그 말들이 할머니를 향해 날이 섰다.



할머니는 나의 노력에 대한 만족감을 나에게 표현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라고 나를 다독이며

그 시대 어른들의 표현이고,

부끄러워 직접 말하지 못하는 것을 돌려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할머니를 미루어 엄마의 해석이 맞을테지만,

나는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만큼 기진맥진해졌다.

다시 모시고 나가겠다는 얘기를 꺼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다른 할머니의 자식들이, 손주들이 그러한 결심을 해주기를 바랬다.


내내, 뭍에서의 내 차가 낮아 불편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SUV가 아니고서야 뭍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움직이는 것조차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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