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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가주 Dec 04. 2023

그 시절 나의 릴라와 레누에게 -'나의 눈부신 친구'

[서평]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이탈리아 문학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러다 엘리나 페라테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엘레나 페란테 작가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필명으로 활동하는 은둔 작가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페란테 열병’이라 불릴만큼 그의 소설에 대한 센세이션 한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후 그의 소설에 대한 흥미가 생겨 책을 구입했다.


책을 샀지만 막상 손이 가진 않았다. ‘나의 눈부신 친구’라는 제목처럼 책의 내용이 두 소녀가 나눈 우정과 그들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 색깔이 짓은 책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어서였다. 지나가는 유행에 쉽게 편승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거부감이 들어 책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하고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가볍게 읽어 볼 수 있는 소설책이 뭐가 있을까 하고 책장을 살피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막상 책에 몰입하고 난 이후에는 이전에 가졌던 나 자신의 편협한 사고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단순히 어린 소녀들의 성장소설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은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한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 어떤 영향을 받으며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나게 되는지를 충분히 공감이 가도록 쓰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책의 매끄러운 전개와 문체였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문체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상을 아주 흥미롭게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연신 감탄을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거쳐간 수많은 릴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릴라처럼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들 각자는 특별한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했다.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했다. 때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레누가 릴리에게 그랬던 거처럼 유년 시절의 나를 성장시킨 건 그들에 대한 질투심이었다. 

나는 주변에 누군가를 질투하고 그들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남들 모르게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리고 그 노력이 탄로 날까 봐 겉으로 자연스러운 체를 하며 속으로 전전긍긍했다. 나는 그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았고 그들의 존경과 관심을 받고 싶었다. 표면적으로 평온한 초원과 같았지만 이면에는 정글과도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모를 경쟁심을 불태웠다. 

인정은 나를 살찌웠지만 무관심과 배신감은 나를 병들게 하기도 했다. 나는 가끔 그런 관계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때로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도 나처럼 나의 관심을 필요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 


그 시절 우리 모두는 어렸고 불완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그들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진 것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낸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폭풍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때론 나에게 달콤한 시간들을 선물해준 그 수많은 릴라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아직도 질투와 경쟁에서 살고 있을 나를 포함한 수많은 레누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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