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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가주 Nov 07. 2022

돌반지

 20대 날이 추운 계절에 군대를 다녀왔다. 군대에서 억눌려진 욕구들이 있었다. 그것이 군대의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했으니 불만은 없었다. 제대 후 눌러져 있던 욕구들은 용수철처럼 그 반발력으로 더 강하게 튀어 올랐다. 타인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욕구도 그중 하나였다. 옷과 신발을 사고 겉치장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는 그것이 그때는 그 무엇보다 탐이 났다. 전역 후라 가진 돈이 없으니 어머니께 때를 쓰기 시작했다. 없는 살림을 자신의 수고스러움으로 꾸려 가시던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요구에 조금 놀라셨다. 하지만 당신의 자식이 군대라는 험한 동굴에서 겪은 고생을 위로해주고 싶어 하셨다. 며칠 뒤 장롱 서랍 깊은 곳에 숨겨둔 작은 반지 몇 개를 건네주셨다. 살다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하얀 휴지로 몇 번이나 꽁꽁 싸맨 돌반지였다. 어머니는 그 돌반지들을 내밀며 녹여서 목걸이를 맞추라고 하셨다. 
 철없이 그 돌반지를 냉큼 받아 뒤돌아 나갔던 바보 같던 그날의 내가 생각이 난다. 나는 아직도 그날 어머니에게 받은 마음을 갚지 못한 채 허둥지둥 매일을 버티어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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