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혼자서 강원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여러 곳을 고민하다가 강원도로 목적지를 정했다. 쌀쌀한 날씨를 대비한 옷 몇 벌과 태블릿, 세면도구, 몇 권의 책, 펜 등을 챙겼다. 목적지는 강원도였지만 일별로 계획을 잡지 않았다.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해안가 쪽을 따라 천천히 운전을 했다. 해변을 바라보며 운전을 하다 보니 잠시 서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세우고 해변을 따라 걸었다. 찬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팔짱을 낀 채 몸을 움츠렸다. 운치 있는 해변 산책 길이 되리라는 내 예상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을 만나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쌀쌀한 바람 때문인지 문득 여유도 목적도 없이 살아왔던 지난날의 내가 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할 내가 걱정되었다.
몸을 녹이려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해수욕장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2층 건물의 카페였다. 카페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몸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움츠려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커피는 그렇게 나에게 따뜻한 안식을 주었다. 지금처럼 따뜻하고 느긋하게 평생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불현듯 다른 이들은 이 고된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녀 한 쌍이 노트북을 보며 각자 중얼거리며 뭔가를 외우고 있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건지 시험을 준비하는 건지. 머리를 싸매며 자기가 외운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필사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다른 테이블에는 또 다른 한 쌍의 남녀가 보였다. 그들은 갓 대학을 졸업한 정도의 나이로 보였고 연애를 막 시작한 것 같았다. 긴 의자에 같이 붙어서 앉아 있었다. 여자는 남자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남자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무언가를 계속 얘기했다. 남자의 눈길은 핸드폰을 향해 있었지만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 짓기도 하고, 대답을 하기도 했다. 여자는 남자의 팔을 쓰다듬다가 졸음이 밀려왔는지 남자의 어깨에 기댔다.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어떤 인생을 꿈꾸고 있을까? 그들 각자의 작은 세계의 내부가 궁금했다.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창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친 파도가 치고 있었다. 파도는 먼 곳에서부터 몸집을 키워 오다 방파제에 부딪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아늑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당분간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