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실험'이었다.
조울과 열정 사이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4월의 시작이니 정말 봄이 온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겨울 우울감에서도 많이 벗어났고 지난 1년간 나를 괴롭혔던 자신에게서도 많이 자유로워졌다.
3월엔 총 6번의 미팅을 진행했고 3개의 신규 업체를 만났으며 한 번의 헤어짐이 있었다. 그리고 어언 14년이 넘는 친구들과 생일파티도 했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긍정의 기운도 받았다.
거진 5개월 만에 오롯이 사적인 사회성을 위한 외출이었다.
일을 꾸려내기 위해 어느 때보다 머리를 많이 썼고 몸을 많이 움직였다. 미팅을 2건 진행했더니 하루가 끝나버렸던 날도 생겼으며, 종일 먹지 못하고 일을 했던 날도 있었다.
반면 어떤 날은, 오전 11시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도 불안한 마음으로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날을 보냈다. 또 언제는 종일 끌어 오르는 기운으로 으쌰 으쌰 하기도 했다.
존재하는 현재에 더 집중하고, 진실로 벅참을 느끼고 싶다.
순간을 즐기며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몇 개월 전부터 나는 스스로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실 갖은것도 쥐뿔 없으면서 뭘 그렇게 내려놓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이번 연도 키워드가 ‘내려놓음’인 줄 알았다.
어제 잠들기 전 나의 아이폰 메모를 쭉 훑어보다가 2018년 3월에 쓴 메모를 보았다.
'퇴사하고 주체적으로 살아보기'라는 소박한 버킷리스트가 적혀있었는데 그중 '해외에서 살아보기'와 '싱가포르에서 잡 구해보기' 제외하곤 2/3는 해결한 것이 아닌가?
이번 겨울 해외에서 적어도 한 달 살이라도 해볼 예정이니,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고 있단 느낌에 묘했다.
아 몰라 그냥 ‘실험’이라 정의하고 싶다.
어쨌든 실험은 본선이 아닌 예선의 느낌을 주니까,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되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을 대하는 태도가 아직은 부릴 여유가 있는 고1 같달까..?
급하면 뭐든지 체한다.
3월!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얻은 것이 있다.
'브랜드에 빠져들어 진정성 있게 일하자'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실을 먼저 다져야 된다고 새삼 다짐했다.
또, 조금은 느리더라도 나와 케미가 잘 맞는 광고주와 브랜드를 기다리자는 것이다.(많이 혹은 마냥 기다리지는 말고) 프리랜서던 회사원이던, 관건은 누구와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되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튼, 이렇게 된 거 더 적극적으로 애처로운 삶을 살고 생존하기 위한 스킬을 습득하려고 한다.
실험이 끝나면 어떤 결과도 자책하지 않고 단순 결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