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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Sep 05. 2022

성장

나는 성장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었다. 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흘러넘쳐 어쩔 줄 몰라했다.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커리어, 나를 더 괜찮아 보이게 하는 장치에 쫓겨 다녔다. 돌아보면 23살부터 28살까지가 가장 피크이지 않았나 싶다. 다이어트도 외모에도 가장 신경을 썼고 무엇보다 영어공부를 꾸준히 했으며, 어렵게 마케팅으로 직무 전향을 했다. 정말 치열하게 회사생활을 했다. 매일이 힘들었고 벅찼던 나날들이었다.


'성장'이란 키워드를 마주하고 내 깊은 마음에선 진실의 목소리를 올려 보낸다. "너 요즘 정체기잖아, 성장 성장하는 거 유치해하잖아"


몇 년간 치열하게 나를 불태웠지만 딱히 드러나는 성장도 인정도 없었다. 나는 좌절했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 정말 깊숙이 구석구석 나를 살폈다. 객관적으로 나는 어떤 케파를 가진 인간인지, 얼마나 거품으로 뒤덮이길 원했는지 여실히 하나씩 드러날수록 과거의 내 모습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씩 껍데기를 벗기고 알몸의 나를 마주하는 고문을 했다. 


3년 정도 된 것 같다. 부실한 내 존재를 마주하며 다시 하나씩 쌓아가는 일들은 생각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내 자존감을 파괴하는 자학행위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과거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현재의 내 모습도 부끄럽지 않다.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되 부풀리지 않고 움츠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도약을 해도 될 법 한데 정체되어 있다. 괜한 성장을 바랐다가 다시금 스스로를 또 부끄러워지는 형국을 초래할까 방어기제를 부린다. 그러나 오늘을 기점으로 나는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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