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해소의 장
한 달에 한번 3~7일 정도 꼭 미니 번아웃이 온다. 번아웃이 거창하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인생 노잼 시기가 오곤 한다. 삶의 목적도 일의 의미도 인간관계에도 냉소적이다. 내 에너지를 태워 사회성에 불 지르는 행위들에 역함을 느끼는 것이다. 나의 완벽주의 성격에 연관된 강박증상인데 이를테면 작은 일이나 큰 일에나 쓰이는 신경 강도가 비슷하다. 계획대로 즉 내 뜻대로 하루가 풀어지지 않으면 커지는 불안감, 또는 일하는 시간 동안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하는 당연한 친절과 행동들.
하루 중 중간중간 나는 숨 쉴 구멍을 본다. 밥을 먹는 짧은 시간은 물론 화장실에 가는 시간에서도 머릿속 스위치를 off 시켜줄 거리를 찾는다.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내가 언제 눌렀는지도 모를 좋아요가 난무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또는 동물의 끼를 보는 숏츠와 릴스로 시간을 때운다.
이 행위는 업무가 끝나 일정이 없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생각을 아니 제대로 사고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입 밖으로 음성을 뱉어 내고 싶지 않다.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을 만큼 마음이 닳아있다.
내 하루는 증발하는 스낵 콘텐츠와 때우는 한 끼 식사 그리고 통찰 없는 짧은 생각으로 채워진다. 이럴 때 나는 내가 꼭 인스턴형 인간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나 따위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통렬하게 깨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박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 이 시기구나'라고 자각하면 금세 평온을 찾기 때문이다. 나는 또 운동을 하고 음식을 음미하고 수다를 떨며 쳇바퀴 돌듯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