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블러드, 존 캐리루
피 한 방울로 260가지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는 테라노스의 기사를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사기 행각으로 밝혀지고 책으로도 나와서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2014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만난 사람들은 그녀를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1]. pitchbook에 따르면, 2014년 테라노스의 밸류에이션은 9조였고 누적 투자금은 2천억이 넘었다 [2]. 테라노스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투자했고, 유명한 사람들이 이사회에 있었고, 엘리자베스 홈즈는 여러 매체들이 주목하는 대표로 2015년 Forbes가 뽑은 자수성가한 미국 여성 1위였다 [3].
테라노스에 내가 만약 취직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래 질문을 스스로 해보자.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면 이 회사에 취직하지 않을 것인가?
이 회사에 면접을 봤다면, 나는 이 무엇을 보고 거를 수 있었을까?
3개월 수습기간이 끝났을 때, 이상한 회사임을 눈치채고 제 발로 나갈 수 있었을까?
잘못된 커리어의 선택은 단순히 돈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아까운 건 시간이지만 그건 선택한 사람이 감내해야할 결과니까 어쩔 수 없다. 그것보다 이력서에 적힌 이상한 회사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상한 소문의 일을 직접 했는지 의심할 수도 있고, 왜 그런 이상한 회사를 선택했었을까 라며 의사 결정 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다. 다닌 기간이 짧으면 이력서에 적지 않아도 되고, 짧지 않다면 회사에서 본인이 성취했던 것 위주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면접관의 부정적인 첫인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Dice의 Nick Kolakowski 도 비슷한 생각을 적어두었다 [4]).
결과적으로 현재의 테라노스는 당연히 구직자 입장에서 걸러야 할 회사지만, 2010년대 초반에 테라노스에 관심을 둔 사람이 있다면 이 회사를 그냥 패스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퇴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엘리자베스는 모든 것의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비전문가에 가까웠다. 스탠퍼드라는 좋은 타이틀을 달고(게다가 중퇴), 유명한 지도 교수 이름[5]을 이용해서 전문가 행세를 했지만, 그녀는 테라노스가 하는 의학, 검진 분야에서 인상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면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며 즉각 공격했다고 한다. 기술적인 의사 결정에 대해서 본인보다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의견도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무시했다.
게리 프렌젤과 테라노스의 다른 과학자들은 H1N1 신중 플루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강 내부를 면봉으로 채취하는 방법이며, 혈액 검사 방식은 그 용도가 의문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첼시가 출장을 떠나기 전 이 문제를 엘리자베스에게 제기했으나 엘리자베스는 아예 무시했다. 엘리자베스는 "저들에게 귀 기울이지 마. 언제나 불평만 하는 사람들이야"라고 첼시에게 말했다.
p.118 제6장 서니
기술적인 의사 결정에 대해서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굉장히 사소한 결정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려고 했다. 사무실 이사하는 날 건물주가 자정까지 비우지 않는다면 다음 달 렌트비를 내라고 말하자, 스케쥴이 다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삿짐센터에 연락해서 즉시 짐을 나르도록 했다.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이용했던 이삿짐센터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처리하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이사 시간에 집착한다. 냉장으로 보관해야 하는 혈액 샘플 이슈와 위험 물질 폐기를 공무원에게 검사받아야 한다는 이슈까지 듣고서야 엘리자베스는 이사 진행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맷은 테라노스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면서 3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해고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중에는 미세 유체 공학 기반의 시스템이 버려지면서 에드먼드 쿠와 함께 해고된 스무 명의 직원들도 포함됐다. 엘리자베스가 누군가를 해고할 때마다 맷이 그들의 퇴직 절차를 도와야 했다. 때로는 퇴사하는 직원의 회사 네트워크 액세스 권한을 취소하고 건물 밖으로 안내하는 것 이상의 일도 있었다. 어떤 때는 퇴사하는 직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수집하라고 지시받기까지 했다.
p.71 제4장 이스트 팰로앨토와 작별하다
스타트업은 대표가 결정한 내용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대표가 의사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지는 살펴봐야 하고, 중요한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일이든 다른 사람이 의견을 내면 받아들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엘리자베스는 테라노스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유하는 정책을 운영했다.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한다는 정책이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업무가 잘 정리되어 있고, 본인이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 업무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는 업무라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공유로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대기업과 정부에서의 업무는 이렇게 진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회사에서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업무 프로세스는 단절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가 의사 결정을 내리면, 그에 이어서 다른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나는 업무 프로세스에서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또한 정보 제한은 왕처럼 의사 결정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회사를 중앙 집권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선택이기도 하다.
심지어 애나와 엘리자베스의 관계 또한 악화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안 된다는 대답을 싫어했는데, 엘리자베스가 불가능한 요청을 할 때마다 애나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애나는 엘리자베스의 비밀 주의 때문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이 작은 기업에 공업 기술자나 화학자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제품 개발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어야 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애나에게 꼭 필요한 때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주었다.
p.61 제3장 스티브 잡스의 그늘 아래
이언은 엘리자베스의 경영 방식과도 맞지 않았는데, 특히 그녀가 부서들을 격리함으로써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엘리자베스와 서니는 테라노스가 현재 "은폐모드"이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언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예전에 근무했던 다른 진단 회사에서는 화학, 공업 기술, 제조, 품질 관리 및 관리부서의 부서장이 모여 공통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다기능 팀을 꾸려 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모두가 현 상황을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p.211 제12장 이언기번스
직원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보안을 중시하는 대표의 결정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본인보다 상위 결정권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나는 아니더라도, 상위 조직장 역할을 하는 팀장이나 임원은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간단하게 말하면 테라노스는 회사의 비전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단순히 기술력이 없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대형 사기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작은 성공을 하는 회사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홈즈가 원하는 것은 검진 장치치고 상대적으로 작은 기계로 엄청나게 다양한 검진을 할 수 있는 장비를 원했고, 이를 개발하기에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꿈을 크게 꾸는 것은 분명 좋은 재능이다. 아무나 꿈을 크게 꿀 수 없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분명히 꿈을 크게 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의 꿈을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몰랐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조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어느 이른 아침 회의 중 애나(Ana Arriola, 애플 출신 최고 디자인설계사)는 테라노스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에런 무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 엘리자베스에게 맞섰다. 아직 기술의 결함을 해결하고 있는 단계라면 테네시주 연구를 일시 중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의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기계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면 그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하려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화이자를 포함하여 다른 여러 대형 제약 회사들이 테라노스의 혈액 검사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고, 테라노스가 굴지의 회사가 될 거라고 대답했다. 만일 애나가 불만이 있다면, 이곳이 그녀와 정말 맞는 곳인지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p.62 제3장 스티브 잡스의 그늘 아래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밸런스를 찾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는 그녀의 "거짓말"이다. 엘리자베스는 회사 기술의 진행 여부에 대해서 직원들이나 외부인에게 설명할 때마다 거짓말을 덧붙여서 말했다. 그녀 입장에서 아마 곧 이뤄질 것이니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세일즈 피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니, 회사의 비전을 기술로 구현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구현한 것뿐이었다.
이렇게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대표 본인은 이것을 믿게 된다. 대표 본인이 믿고 있는 거짓말과 현실 사이에서 갭이 발생하면, 실질적인 현업을 하는 사람이 하는 주장은 모두 불만쟁이들의 주장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대표의 긍정적인 사고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테라노스가 만든 진단 장비가 전지전능한 검진 장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현실과 미래를 착각하기도 했다. 이걸 무작정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표는 직원들보다 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비전에 집중하다 보면 아직 만들지 못한 것이라도 당장 만들 수 있고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라 쓰고 착각이라고 읽는다)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추진력을 갖기 위한 긍정적인 믿음은 필요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믿음과 착각을 구분하지 못했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가 멕시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도움을 받았던 스탠퍼드 학생이 그의 아버지와 함께 테라노스를 방문했다. 그들이 방문했을 때 첼시는 자리에 없어서 그 상황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후에 돌아와 보니 직원들이 그 일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최근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 암일지도 모른다고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의 건강 문제를 듣자마자 엘리자베스와 서니는 테라노스의 진단 장비로 그의 혈액 샘플을 검사하여 암의 생물 표지자를 찾겠다며 그를 설득했다. ... 벨기에에서의 검증 연구나 멕시코와 태국에서의 실험도 문제가 있었지만 오직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됐었고, 환자가 치료받는 방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테라노스 혈액 검사를 믿고 중요한 의료 결정을 내리라고 설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첼시는 무모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첼시는 얼마 후 서니와 엘리자베스가 의사들이 혈액 검사를 의뢰할 때 쓰는 요청서를 배포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테스트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거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경악했다. p.123 제6장 서니
많은 회사들이 회사가 성장하고 큰 성공을 거두어야지만 실현 가능한 회사의 비전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Uber의 비전은 "적은 차량으로 더 훌륭한 공급을 해서 똑똑한 운송을 제공하는 것. 안전하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운송을 제공하는 것. 운전자에게 높은 소득을 제공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6].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되고,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 모두에게 행복한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되어야 한다. 테라노스도 유사하다.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샘플을 계속 확보해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했고, 그것 때문에 더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에 엘리자베스는 초점을 맞췄다. 대표가 비전을 위한 성장이 아니라, 비전을 뒤로 한 성장을 추구하면 문제가 생긴다.
에드먼드는 엘리자베스의 생각에 반대했다. 교대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기술자들이 불철주야 근무한다면 분명 과부하가 걸릴 거라고 설명했다. "상관없어요. 직원은 바꾸면 됩니다."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중요한 건 회사 뿐이에요." 에드먼드는 엘리자베스가 그런 냉혹한 말을 진심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신이 내린 결정이 사실상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p.38 제2장 접착제 로봇 '에디슨'
엘리자베스는 본인이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에 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고, 의욕이 넘치고 집요했다. 몇 가지 디테일한 포인트에 집착했는데 그중에 하나는 장비의 크기였다. 진단 장비라고 하면, 진단의 정교함이 중요한데 엘리자베스는 계속 기기의 크기에 집착했다.
엘리자베스가 제시한 임의의 크기에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새로운 기계를 제작하는 대신 그레그는 그들이 소형화하려는 기계의 규격품을 구매하고 새로이 결합하여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작동 가능한 원형을 제작한 후 크기를 축소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스템의 크기를 먼저 제한해 놓고 그 후 작동법을 고민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발상 같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p.148 제8장 미니랩
앞에서 소개한 이사날짜 관련한 이슈도 있지만,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 이상한 것에 집착했다. 테라노스 건물에 추모의 뜻으로 애플사의 깃발을 달아 경의를 표하고 싶어 했고, 본인들이 원하는 적당한 깃발을 찾지 못해서 비닐 재질로 특별히 주문 제작해 만들었다. 그동안 엘리자베스와 서니가 애플 깃발을 찾아 침울하게 서성거리느라 회사의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건 어이없는 사례이다. 이렇듯 대표가 디테일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에 집중하면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직원들의 잦은 해고 문제도 이슈였지만, 엘리자베스는 여러 군데에서 본인에게 이슈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고 다녔다. 그리고 싸움을 벌일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게 지적재산권을 위협했다고 협박
테라노스는 최고의 로펌(MS 반독점 소송에 정부 측 변호를 맡았던 데이비드 보이즈[7])를 통해 다양한 업무를 처리했다. 데이비드 보이즈는 테라노스 주주이자 이사회 소속이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를 조사하고 테라노스의 기술력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즈가 월스트리트 저널을 방문해서 기자의 취재가 테라노스의 지적재산권을 위협했다고 협박한다. 이후엔 취재에서 확보한 테라노스의 기업 비밀 및 정보를 모두 폐기 또는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테라노스를 이미 퇴사한 퇴사자에게는 아래와 같은 우편물을 보낸다.
당사는 테라노스를 대표하는 법률 회사입니다. 최근 귀하께서 허가 없이 회사의 기업 기밀 및 기타 정보의 일부를 공개한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회사를 해할 목적으로 거짓되고 명예 훼손적인 진술을 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즉시 이러한 행동을 중단하길 바랍니다. 이 문제가 2015년 7월 3일 금요일 태평양 연안 표준시 오후 5시까지 이 서한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해결되지 않는 한 테라노스는 귀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p.369 제21장 기업비밀
데이비드 슈메이커 중령이 이의를 제기하자 4성 장군을 통해서 문제를 축소
엘리자베스는 테라노스 진단 장비를 전장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미 중부 사령관인 제임스 매티스를 만나서 이야기한다. 전쟁 중에 실시간으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매티스에게 굉장히 솔깃한 이야기였다. 매티스를 설득해서 군대에 테라노스 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을 만난다. 군대에도 전문가가 있었고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슈메이커 중령이 FDA 서면 승인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테라노스의 반응을 보고 그들의 기술력을 의심하게 된다. 이때 엘리자베스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중부 사령관인 매티스에게 슈메이커 중령이 쓸데없이 테라노스를 의심한다는 비난 메일을 써서 이슈를 넘긴다. (물론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실제로 쓰이진 못한다)
대표 자리의 사람이 경쟁심이 강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화살이 직원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도망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분명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이뤘다. 유명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세이프웨이/월그린과의 제휴를 만들어냈다. 애플 마케팅을 했던 Chiat/Day를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주요 언론사들이 제2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러주진 않는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곳에 썼다면 아마 성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녀의 성공이나 실패는 결국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건 내가 과연 이 회사를 피할 수 있을까? 였다. 위에 줄줄이 적어두었지만 내가 테라노스에 다녔다고 상상했을 때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제대로 판단한다고 해도 도망가겠다고(퇴사)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은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다. 책은 여기 발췌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례를 담고 있고, 많은 교훈들도 숨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라.
[1] "I want to create a whole new technology, and one that is aimed at helping humanity at all levels regardless of geography or ethnicity or age or gender.", This CEO is out for blood, Roger Parloff, http://fortune.com/2014/06/12/theranos-blood-holmes/
[2] Hot to not: The valuation implosion at Theranos, Anthony Mirhaydari, https://pitchbook.com/news/articles/hot-to-not-the-valuation-implosion-at-theranos
[3] America's Self-Made Women 2015, https://www.forbes.com/profile/elizabeth-holmes/#5b02b06d47a7
[4] Theranos Raises the Question of Bad Companies on Your Résumé, Nick Kolakowski, https://insights.dice.com/2019/03/18/theranos-raises-question-bad-companies-resume/
[5] Channing Robertson, https://en.wikipedia.org/wiki/Channing_Robertson
[6] "Transportation as reliable as running water, everywhere for everyone", https://www.inc.com/larry-kim/30-inspiring-billion-dollar-startup-company-mission-statements.html
[7] The man who ate microsoft, https://www.vanityfair.com/news/2000/03/microsoft-20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