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을 신으면

현란한 발재간의 인라인 스케이트 아저씨를 추억하며...

by 걱정인형

요즘 집 앞에 산책을 나가면 아주 작은 어린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퀵보드를 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작은 몸집으로 한쪽 발을 굴러 앞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자연스레 웃음이 난다.


그러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내가 빠져 있던 것은 인라인 스케이트였다.

그 시절에는 인라인 스케이트 대신 롤러브레이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학교를 다녀오면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재빠르게 인라인 스케이트로 갈아 신었다. 바퀴가 네 개 달린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으려면 우선 발을 넣은 뒤 중심을 잘 잡고 일어나, 버클로 발목 부분을 단단히 조여 고정해야 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밖으로 나서면
학교든 문방구든 공원이든,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마치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던 윤지후처럼.


그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와 만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친구는 오늘은 우리 동네가 아니라 학교 옆 다른 아파트로 타러 가자고 제안했다. 나도 흔쾌히 수락했고, 그대로 따라 나섰다. 그 아파트 입구는 언덕으로 시작했는데, 올라갈 때는 발을 브이자로 만들어 빠르게 다음 발을 내딛어야 했고, 내려올 때는 한쪽 발은 일자로 두고 나머지 발은 뒤쪽에 수평으로 놓아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내려와야 했다.


친구는 나보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더 잘 탔기 때문에 늘 선두에 서서 달려 나갔다. 나는 친구 뒤를 따라 열심히 아파트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 대망의 언덕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친구는 아까 말한 방법대로 내려가는 시범을 멋지게 보이고는 이렇게 외쳤다.


“자~ 봤지? 얼른 내려와.”


후—
나는 크게 숨을 들이킨 뒤 마음을 먹고 왼쪽 발은 일자로, 오른쪽 발은 뒤쪽에 수평으로 만들어 발을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덕의 경사가 점점 심해지자 당황했고,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오른쪽 발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앞으로 전진하게 되었다. 속도는 점점 붙었고, 결국 앞으로 고꾸라지며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질 때 턱으로 아스팔트를 그대로 들이받아 턱이 찢어졌고 피가 났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는 상처였지만,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던 상황에 많이 놀랐던 것 같다. 그 후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철저하게 평지 위주로 다니며 가볍게 즐겼던 기억이 난다.


또 한 번은 친구와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중앙공원에 갔다.
농구장 옆에는 꽤 넓은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있었는데,
특별한 코스는 없고
선 바깥을 따라 계속 돌거나
선 안에서 마음대로 탈 수 있는 곳이었다.


친구와 나는 여느 때처럼 그 선 바깥쪽을 돌며 열심히 타고 있었는데, 눈에 띄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저씨였을 것 같은데, 머리가 하얗게 셌다는 이유만으로 그때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치 선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발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원을 그리듯 빙빙 돌거나 두 발을 수평으로 놓고 옆으로 부드럽게 나아가기도 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선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와 잠시 멈춰 서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저씨도 친구와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아까보다 더 현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아저씨의 멋진 발재간이 잊히지 않아, 친구와 나는 번갈아 말했다.


“아까 그 아저씨 발 봤어?”

“응! 근데 팔도 약간 펼치면서 동작도 하던데, 춤추는 것 같았어.”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도 그 현란한 발재간의 소유자인 인라인 스케이트 아저씨가 가끔 떠오른다.
아마도 어디선가, 여전히 멋진 실력을 뽐내며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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