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의 완성, 스킬

by 걱정인형

뜨개질도 바느질도 못하던 내가
학창시절 유독 빠져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킬 자수였다.


한때 스킬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들이
실을 사용하는 자수 작업에 왜 그렇게 몰두했는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의문의 한가운데에 있던 아이였다.


스킬을 하던 시절,

내 기억에 가장 먼저 남아 있는 건

알록달록한 실들이었다.


일정한 길이로 잘려 색깔별로 묶인 실들이
비닐로 감싸져 있었고
그 묶음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졌다.
흰색과 검정색 같은 기본 색부터
노란색, 연두색, 빨간색까지
실의 색깔은 셀 수 없이 다양했다.


스킬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아하는 캐릭터의 그물망 도면을 골라야 했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
어린 마음에도 그 고민은 꽤 진지했다.


도면을 준비하고 나면
래치훅이라 불리는 갈고리 바늘로
실을 하나씩 집어 그물망 사이에 끼워 넣고
매듭을 짓는 작업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웃으며 시작한 작업이
절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점 손을 괴롭혔다.
연필만 잡아보던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손끝과 마디가 서서히 아파왔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편함으로는
이미 시작한 스킬을 멈출 수 없었다.


스킬의 매력은
시작했다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는 데 있었다.
캐릭터의 테두리와 얼굴, 옷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배경까지 매듭을 지어야
비로소 완성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엽다.
그렇게 열심히 만든 스킬은
방석이 될 수도 없고
딱히 쓸모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남는 것은 오직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쾌감뿐이었다.


하지만 그 쾌감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꽤 큰 의미였다.
목표를 정하고,
참고,
끝까지 해내는 경험.


어른이 된 지금,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해본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 시절
끝까지 만들어 결국 완성해낸 스킬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잠시
끝까지 해냈던 나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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