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TV 앞에서

내가 좋아했던 만화들

by 걱정인형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집에는 동생과 나 단둘뿐이었다.


우리는 집에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TV를 켰고,

만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게 부모님이 없는 집의 적막함을 견디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그 시절 우리 집에는 동그란 접시처럼 생긴

스카이라이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투니버스,

재능 TV, 디즈니 채널 등 다양한 만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투니버스에서는 오후 4시만 되면

재밌는 만화들이 연달아 이어진다는

소개와 함께 아이들을 TV 앞에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라인업이 펼쳐지곤 했다.



#동생과 함께 봤던 만화

<학교괴담>

동생과 함께 봤던 만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학교괴담이다.


학교괴담은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 온 나해미가 학교의 봉인이 풀리며 요괴들이 나타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해미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요괴 일기’를 발견하고, 그 안에 기록된 요괴들의 정보와 봉인 방법을 단서로 요괴들을 다시 퇴치해 나가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목 없는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순간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동생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면을 훔쳐보던 기억이 난다. 무서우면 안 보면 될 텐데, 이상하게도 무섭기 때문에 더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모순적인 감정도 함께 떠오른다.




학교괴담을 이야기할 때 밝은 오프닝곡 'Grow Up'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희망적인 멜로디와 맑은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는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힘겨운 날엔

상처받은 날엔

부끄러운 날엔

지쳐버린 날엔 언젠가 내가 오늘을 뒤돌아 본다면

조금은 자란 내 모습을 알 수 있을 테죠

말해 줄래요?

아직 많은 세상 일들이

지금 내겐 어렵겠지만 내일은 다르다고'




<소년 탐정 김전일>

동생과 함께 즐겨 봤던

두 번째 만화는 소년탐정 김전일이다.
그 시절 가장 인기가 많았던 만화는

명탐정 코난이었지만,
우리는 김전일도 못지않게 좋아했다.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건을 다루는 듯한

진지함과 현실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광고로 넘어가기 전이나 다시 시작할 때 잠깐 등장하는

김전일의 실루엣은 사건의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나와 동생은 만화 속 인물들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함께 추리하며
유난히 몰입해서 화면을 바라보곤 했다.




#내가 OST를 좋아했던 만화

<간호천사 리리카 SOS>

만화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건 OST였다.

그중 하나는 간호천사 리리카 SOS의 It’s all right다.


'It’s all right 누군가 여기에 외로이 울고 있어

누군가 이 도시에서 쓸쓸히 서 있어'


시원한 고음이 터져 나올 때면
정말 어디선가 간호천사 리리카가 나타나
힘든 마음을 조용히 감싸줄 것만 같았다.










<신의 괴도 잔느>


또 하나는 신의 괴도 잔느의 OST,

전영호 님의 Dive into Shine이다.


'내 두 눈앞에 아주 조금씩

꿈꾸던 세상이 다가오고 있어

이젠 정말 내게 남아있던

슬픔을 추억으로 남겨둔 채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미로 속에

웅크렸던 나의 모습 비춰줄 빛을 찾아서

저 하늘 높이 (저 하늘 높이)

구름을 헤치고 까만 밤을 날아서

아침을 맞으러

Dive into Shine (Dive into Shine)'


처음 울리는 드럼 소리와 기타 연주가

심장을 뛰게 만들고,
전영호 님의 파워풀한 보컬이 고음을 내지를 때면
나도 모르게 함께 들뜨게 된다.
지금도 기분을 끌어올리고 싶을 때
자주 찾아 듣는 노래 중 하나다.


이렇게 다양한 만화들이 추억 속에 자리 잡았고,

지금 이 글에 다 담지 못한

다른 만화들도 여전히 수없이 많다.

만화와 함께했던 시간 덕분에

부모님이 부재했던 시간은

행복과 즐거움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

그 시절에 쌓인 기억들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한 페이지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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