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를 연습하던 시절

뚜루루루- 여보세요

by 걱정인형

뚜루루루—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ㅁㅁ 친구 00인데요. ㅁㅁ 좀 바꿔주세요.”

“ㅁㅁ이는 지금 잠깐 나가고 없는데, 오면 전화하라고 할게.”

“네, 감사합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괜히 다시 친구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엔 휴대폰이 없었고,
집에 있는 유선전화가 유일한 연락 수단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는
늘 자기소개 멘트를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연습해야 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친구의 부모님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괜히 더 또박또박, 예의 바르게 말하려 애썼다.


“여보세요. 저 ㅁㅁ 친구 00인데요.
ㅁㅁ이 좀 바꿔주세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후— 하고 깊게 숨을 내쉰 뒤에야 번호를 눌렀다.
노래도 아닌 기본 통화 연결음이
괜히 심장을 더 크게 뛰게 만들었다.
그러다 달칵, 하고 친구가 전화를 받으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시절엔
집에서 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유선전화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엄마가 쓰던 휴대폰은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물건이었다.


엄마의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하얀색 폴더폰이었다.
화면을 열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흑백 화면에 글자들만 빼곡했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게임도 없었고,
통화와 소리, 밝기 설정 같은
아주 기본적인 기능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신기해서
소리를 키웠다 줄였다,
밝기를 밝게 했다 어둡게 했다 하며
괜히 버튼을 눌러 보곤 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볼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넘쳐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도구라는 점은 같지만,
예전만큼 감정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쓰는 일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집에 있던 유선전화보다
손에 쥔 스마트폰이 더 익숙해졌고,
전화보다는 문자가 자연스러워졌다.


그래도 가끔은
번호를 누르기 전 숨을 고르고,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그 시절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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