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산으로 받은 작은 배려

by 걱정인형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로 학교 문 밖은 유난히 붐볐다.


여러 명이 함께 써도 끄떡없을 것 같은 넓고 큰 장우산,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
어두운 색의 혼자 겨우 쓸 수 있는 작은 접이식 우산까지.
각양각색의 우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우산을 챙겨 온 아이도 있었고,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부모님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두 명씩 학교를 떠나갔다.


그날, 기상청 예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나는
학교 문을 나서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바닥으로 곧게 떨어지는 굵은 빗줄기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며.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어
끝내 결심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문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비는 세차게 쏟아졌고,
교복 마이와 블라우스, 치마 할 것 없이
순식간에 빗물이 스며들었다.


교복이 흠뻑 젖은 채로 신호등 앞에 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빗물에 섞여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얘, 우산 없니?

아줌마는 여기 우리 아들 데리러 왔어.”


검은색의 넓은 장우산을 든 아줌마가
같은 우산 아래 서 있던 아들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줌마랑 같이 쓰자.
부모님이 바빠서 데리러 못 오셨나 보구나.”


예상치 못한 호의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아줌마는 우산을 조금 더 내 쪽으로 기울이며
가까이 다가왔다.
몇 학년인지, 몇 반인지,
우리 아들도 같은 학년이라는 이야기,
집이 가까워서 금방 데리러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우리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신호등을 건넜다.


우리 집보다
아줌마와 아들의 집이 먼저 나와
중간에서 헤어져야 했지만,
그날 건네받은 따뜻함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은 채 마음에 남아 있다.


엄마는 일을 해야 했기에
나를 학교로 마중 오는 일이 어렵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이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날,
나에게 우산을 내어주던 그 아줌마는

조금은 쓸쓸해질 뻔했던 하루를
따뜻한 기억으로 바꿔 주었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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