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라는 작은 세상

일촌 맺어요 -

by 걱정인형

외장하드에서 사진을 찾다
추억의 폴더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싸.이.월.드.


지금은 인스타그램, X, 유튜브가 익숙한 일상이지만
그 시절에는

싸이월드라는 작은 세상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미기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런데 폴더 속에 남아 있는 캡처 이미지들을 보고 나니
그 기억이 꼭 맞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나라의앨리스_01.png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배경 스킨


프로필 사진, 문구, 배경, 음악,
그리고 추억 속에 묻혀 있던 커플 미니미까지.
생각보다 공들인 흔적이 많아서
그 시절의 내가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금 민망해 웃음이 났다.


마치 과거로 돌아가
순수했던 시절의 나를
몰래 들여다보고 온 기분이랄까.


그때 설정해 두었던 프로필 문구를 보니
지금의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초콜릿을 사들고 오는 친구보다 좋은 친구는 없다.’


초콜릿을 유난히 좋아하던 취향이
그 문장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즈의마법사_01.png 오즈의 마법사 배경 스킨

또 다른 프로필에는
정일우 사진과 함께 ‘스케줄러’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 <49일>을 정말 재미있게 봤고,
그 시절 정일우를 꽤 좋아했던 것 같다.
그때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주인공에게 쉽게 마음을 주던 나이였으니까.


싸이월드의 하이라이트였던 배경 음악도 눈에 띄었다.
god의 ‘Friday Night’과 ‘나는 알아’.
두 곡이 나란히 설정돼 있는 걸 보니
그 시절 내가 god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다시금 느껴졌다.



싸이월드에서 음악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배경화면이었다.
일러스트 김민지 작가를 좋아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 스킨을
도토리를 충전해가며 구매했던 기억도 난다.


작은 화면 속 공간을 꾸미기 위해
사진을 고르고,
음악을 정하고,
글 하나에도 신중했던 시간들.
그곳은 내 취향으로 채운
온라인 속 집 같은 공간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가구를 사고 소품을 고르며
현실의 집을 꾸미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싸이월드를 꾸미는 일로
그 기쁨을 대신했던 것 같다.


싸이월드가 이제는
완전히 추억 속으로 남은 지금,
외장하드 속 캡처 이미지들이
그 시절을 증명해주는 유일한 기록이 되었다.


‘싸이월드’라는 이름의 폴더를
고이 남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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