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본 면접 이야기를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면접에 다녀온 후 이야기를 쓰려면
그날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면접 시간을 굳이 다시 복기하고 싶지 않았다.
많이 버벅이거나 할 말을 놓친 건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가 불합격이라는 사실이
마치 내가 면접을 잘 보지 못했다는 낙인처럼 느껴졌다.
주변에서는 면접은 너와 회사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지
누군가를 채점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한동안 그 시간을 마주하지 못했다.
오늘은 다시 용기를 내어
두 번째 면접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디자인 직무에 지원하며 서류 탈락을 여러 번 겪은 나는
구직이라는 걸 해낼 수 있는 작은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경력과 완벽히 맞지 않는 직무에도
조심스럽게 지원을 시도했다.
동네의 큰 대학병원에서
PPT 디자인을 담당하는 업무였다.
PPT라면 파워포인트를 다루는 일일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발표 자료를 피그마나 키노트로 제작했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를 전혀 다뤄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툴만 다를 뿐 만드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지원했다.
두 번째 면접이었지만
집을 나서 건물에 도착하기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은 여전했다.
건물 아래에서 시간을 확인한 뒤
면접 장소로 향했다.
작은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그 수많은 문 중 하나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네~”라는 대답과 함께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고 실내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테이블 옆 의자에 앉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직원이 물 한 잔을 떠다 주겠다고 했다.
물을 홀짝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금은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5분쯤 지나자
다른 지원자들도 하나둘 도착했다.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이었다.
PPT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지,
병원 업무 경험은 있는지,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질문은 비슷했다.
한 지원자는 운영 관리 업무를 했고,
다른 지원자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으며,
또 다른 지원자는 개발자라고 했다.
각기 다른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PPT 디자인을 하겠다고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며
직무와 꼭 완벽히 맞지 않아도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면접관은 질문을 하기 전이나
대답을 들은 후에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질의응답이 끝난 뒤
면접관은 우리 중 두 명 정도를 추려
대학병원 교수님의 추가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조금 인정해주기로 했다.
면접을 마친 뒤
일을 마치고 온 엄마와 점심을 먹으러
동네 국숫집에 들어갔다.
잔치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그래도 대답은 다 하고 나와서 후련해.”
엄마에게 그렇게 말해놓고는
습관처럼 구직 앱을 열어
공고를 스크롤했다.
그런데 방금 면접을 본 공고가
다시 올라와 있었다.
공고 게시 시점은 3시간 전.
내가 그 사무실에 앉아
물을 홀짝이고 있던 시간이었다.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급히 검색창에
‘면접 보기 전 공고가 올라왔어요’
라는 말을 입력했다.
적임자가 없을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아 대비하는 경우.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인사팀 직원들도
그들의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키면서도
마음은 조금 울적해졌다.
괜히 단념하게 되었다.
며칠 뒤
면접에 탈락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버튼을 잘못 누른 건지
같은 문자가 5분 간격으로 세 번이나 왔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게 넘겨보려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씁쓸한 마음을
그냥 “하하하” 웃어넘기기로 했다.
나와 더 잘 맞는 곳으로 가라고
기회를 주려나 보다.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이 기대되면서도
조금은 걱정된다.
사람이 하나의 감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 가지 사건에도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