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센터에 방문했을 때 일이었다.
한참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질문했다.
“여기 혹시 구직 관련해서 도움 받을 만한 서비스가 없을까요?”
“아, 구직자 도약 패키지라는 서비스가 있어요.”
“그 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드리는 종이를 가지고 반대편 끝 창구에 가서 말씀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창구를 한 번, 다시 한 번 옮겨가며 종이를 건넸다.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그 종이가 나를 상담실 안으로 데려갔다.
“구도패 상담을 원하셨다고요? 여기로 들어오세요.”
상담실로 안내한 뒤, 문에 붙어 있던 ‘상담종료’ 팻말을 ‘상담중’으로 뒤집고 문을 닫았다.
“자리에 앉으세요. 혹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나는 멋쩍게 앉으며 대답했다.
“네. 한 잔 주세요.”
“여기는 어떻게 오시게 된 거예요?”
“창구에서 구직 관련 서비스를 문의드렸더니 이쪽으로 안내해주셨어요.”
“아, 그러셨구나. 잘하셨어요.”
아주 밝고 환한 웃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다.
구직 과정 중 지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였다.
상담원님은 구도패 과정을 설명해주셨다.
기존에 했던 일을 확장해 나갈지,
또 다른 직업을 탐색해볼지,
애니어그램을 통해 성격 분석도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주 1회씩 나와서 저랑 상담을 하는 시스템인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당장 직장을 구할 수 있는 패스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날들이 길어지던 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이곳까지 걸어와 햇빛을 쐬고,
누군가와 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 같았다.
나는 하겠다고 대답했다.
첫날은 나에 대한 기본 사항을 종이에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상담원님은 혼자 차분히 쓸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비워주셨다.
“여기 번호로 문자를 주시면 제가 다시 올게요.”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을
종이 위에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갈피를 잡지 못해 어지럽던 마음이
문장으로 정리되면서 조금씩 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작성을 마치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작성 다 했습니다.’
상담원님은 다시 들어오셨다.
“꼼꼼하게 잘 쓰셨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거예요.”
“네. 오늘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용센터를 나서는데,
다른 날보다 발걸음이 조금 가벼웠다.
그날따라 햇볕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 건
상담원님의 미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