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은 처음이라

by 걱정인형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취준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첫 번째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한 달 남짓한 공백을 가진 뒤
곧바로 두 번째 직장을 구했다.


그래서 ‘취준’이라는 시절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었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경력직으로 나서는 것 또한 처음이라

모든 준비가 서툴렀다.


이력서를 그동안 쌓아온 경력으로 다시 정리하고,
경력기술서는 프로젝트별로 나누어 정리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 보니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사회초년생 때 쓰던 방식보다는
경력과 경험 위주로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동안의 근무 경험을 하나씩 떠올리며
자기소개서 항목과 내용을 채워 나갔다.


그렇게 나름의 기준으로 준비한
이력서와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구직 앱에 하나씩 등록했다.


그리고 찬찬히 채용 공고를 살펴보았다.
하고 싶은 산업군이면서
직무만 맞는다면
경력 연차와 상관없이 지원했다.


지난 회사에서 꾸준히 이직을 시도하던 동료의 말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많이 넣어요.

넣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 말에 기대어
하루, 이틀, 사흘
조금씩 지원을 이어갔다.
지원한 공고는
10개, 20개, 30개로 늘어갔다.


하지만 직무가 맞다고 생각한 곳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무언가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첫 번째로 면접 연락이 온 곳은
웹디자인으로 지원했던,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회사였다.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긴장됐다.

퇴사 이유, 공백기, 지원 동기

정리해 두었던 질문과 답변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버스로 30분 남짓,
길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각이었다.
입구 맞은편에는
약국에 있을 법한
등받이 없는 3칸짜리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떨렸다.
떨림을 가라앉히기 위해
GPT에게 의미 없는 메시지를 몇 줄 보냈다.


‘이제 회사 앞에 도착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떨린다.’


상황을 말로 옮기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아서였다.


약속 시간 10분 전,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는 담당자의 문자를 확인하고
회사 입구에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기로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지금 들어오시면 됩니다.”


담당자의 말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이제 정말 다시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을 한창 걱정하던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면접을 평가받는 자리라고만 생각하지 마.

너도 그 회사를 다니는 게 맞을지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야.”


그 말을 떠올리며
면접을 보는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이 회사가 나에게 맞는지
차분히 살펴보려 애썼다.


면접을 마치고 나왔을 때
기분은 이상하리만큼 후련했다.
준비한 이야기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후회 없이 말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회사와 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면접을 통해
하나의 기준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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