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면접, 뜻밖의 기회

by 걱정인형

요즘 취업이 정말 어렵다는 걸 일자리를 구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계약직이라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는

예상 밖의 현실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단기든 장기든 일하고 싶어도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은 회사의 사무보조, 동네 마트의 캐셔 등 여러 직군에 지원했지만 연락은 단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이력이라고는 20대에 했던 1년짜리 마트 아르바이트와 10년의 회사 경험뿐이었다.

오랜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은 서비스직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까. 자괴감이 밀려왔고, 공고를 멍하니 넘기고 있는데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학술지 이미지 보정’


이미지 보정이라면 내 경력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으니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넣어보자.’ 그런 마음으로 지원 버튼을 눌렀다. 그 뒤로는 구직 생각을 잠시 접고 산책을 하고, 마음 편하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문자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지원해 주신 ○○○입니다. 혹시 면접 가능하실까요?”


‘학술지 이미지 보정’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알아내기 위해 GPT에게 묻고 또 묻고 파고들었다. 혹시나 떨어지면 어떡하나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으로 향했다. 늦을까 봐 일찍 출발했더니 무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면접장에 너무 일찍 가는 지원자’에 대한 글을 찾아보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이 있어 회사 앞 벤치에 앉아 예상 질문과 대답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면접 시간 15분 전, 회사 문 앞에 다다르니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벨을 누르라는 안내만 있었다.

차마 벨을 누를 용기가 없어 나에게 연락을 줬던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벌써 도착하셨어요? 벨 누르고 들어오시면 되는데… 제가 최대한 빨리 갈게요!”

9시까지 오라고 해서 맞춰 온 것뿐인데 괜히 누군가를 조급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해졌다.


그때 마침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안에는 네 개의 사무실과 탕비실로 보이는 냉장고와 정수기, 그 옆의 작은 테이블 위에는 티백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첫 번째 사무실 문을 조심스레 열며 말했다.

“오늘 면접 보러 왔는데요…”

밝은 인상의 직원분이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아, 면접이요? 회의실에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생각보다 따뜻한 분위기라 떨리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잠시 후, 나에게 연락했던 인사담당자와 웃음기 없는 여자 팀장님이 들어왔다. 면접은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팀장님은 중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는 사람이었다.


“저희는 프로젝트성 업무라 중간에 갑자기 그만두시면 안 돼요.”

“그래도 업무 숙지만 잘하시면 금방 잘 하실 수 있어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편하게 물어보세요.”


처음에는 팀장님의 표정이 굳어있어서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면접을 이끌어주어 고마웠다.

면접실을 나서며 이렇게 생각했다.

‘대답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기대하지 말자. 들뜨지 말자.’


그리고 다음 날, 문자가 한 통 왔다.

“필요한 서류 준비하셔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해 주세요.”

그렇게 퇴사 후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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