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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화 Sep 20. 2024

백수로 맞이한 추석

#원티드 #글쓰기챌린지 #추석 #가족 #팀웍

이번 추석에 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올해 퇴사 후 무직 상태입니다. 사귀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 미혼이고요.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 지,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다음 소속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걱정이 됐어요. 추석 시즌은 조용히 지나왔어요. 친척 어르신들은 듣기 좋고 흘려 넘기기 적합한 말만 해주셨고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족이란 건 복합적인 집단이에요. 저는 결국 두 번의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이직을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과 바쁜 일정이 필요한데 아버지가 보시기에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이직을 위해 더 부지런하고 다급하고 절박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필요한 적정한 스트레스를 아버지가 주려고 하셨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정제된 언어는 제가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부터 400명 중 390명에게 들었던 이야기였고 지금 스스로도 되뇌이고 있는 내용이었지요. 이직은 재직 중에 해야 하고, 대기업도 지원해봐야 하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면 도전도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 하는 거고요. 모두 정확히 맞는 말씀 뿐입니다. 모두 같은 의견 뿐이었죠. 하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안에 담긴 의도는 다른 거였어요. 아버지는 제가 얼른 취직하기를 바라시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시고, 면접을 많이 가지 못하는 제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신 거에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걸 위해서 아버지가 적정한 스트레스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아버지가 본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말씀하셨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본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셨던 거라면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하셨을 거에요.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셨을 수도, 걱정되는 마음과 답답함에 대해서 조금 더 풀어서 말씀하셨을 수도, 아버지가 보시기에 제 모습이 정확히 어때서 걱정되는지 말씀하셨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리고 어머니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셨을 듯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등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톨스토이의 소설인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저는 가족에 대한 키워드를 마주치면 이 문장을 종종 떠올립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해요. 가정은 행복한 순간과 불행한 순간이 섞여 있는 한 팀에 더 가깝다는 거에요. 각 팀의 목표는 다를 거에요. 행복과 불행을 이루는 요소와 기준은 가정마다 다르니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기여하는 방식에 대해서 사전에 합의된 바가 없다면, 방식도 다를 거에요. 1년, 3년, 5년, 10년, 합의되지 않은 막연한 목표와 방식으로 팀을 위해 기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대화를 미룰수록 기여에 대한 보상과 인정 기대는 점점 거대해집니다. 나중에는 어디서부터 대화를 해야 좋을지 인식하고 수용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하나의 목표와 방식으로 일하는 팀으로 움직이려면 디테일한 부분을 조정하는 건 훨씬 더 어려울 거에요. 그 어려운 부분을 함께 해결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알아차리며 메타 인지를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앞으로 함께 할 시간과 과거에 혼자 보낸 시간을 고려했을 때 행복과 불행의 기준과 요소가 무엇이며 서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고, 그 기여에 대해서 서로 어떻게 공유하고 인정하고 회고할 지 계속 대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이 방식을 시도하고 개선하는 건 이제 저와 제 가정의 몫이겠지요.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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