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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화 Sep 27. 2024

Back to Basic. Simple is Best.

원티드 글쓰기챌린지

힘들죠? 이 자세를 하기 위해 우리가 지난 1시간 동안 노력했던 거에요.

요가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비틀 비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주저앉는 저희를 보며 선생님이 언제나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어요. 어떤 자세였을까요?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처럼 가슴을 하늘로 해서 활처럼 휘는 자세? 그랜절로 유명한, 머리로 서는 자세? 모두 아닙니다. 요가 수업을 들으면 가장 처음에 하는 자세에요. 양손을 앞으로 향한 채 허벅지 옆에 대고 바르게, 가만히 서있는 거에요. 아주 단순하고 인류에게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자세입니다. 하지만 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 필요한 균형, 근육, 힘 등이 습관과 직업병 등으로 점점 약해지며 만들기 어려운 자세이기도 해요.

헬스를 하면서도 그래요. 바르게 서는 자세, 상체를 들고 앉는 자세 등 제 몸의 불균형으로 인해 취하면 고통스러운 자세들로 가득합니다. 오래 앉아 있어 골반에 통증이 생기죠.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느라 어깨가 말려 라운드 숄더가 됩니다. 코어에 힘이 없어 허리에 계속 부담이 가요. 걷는 습관이 누적되며 종아리가 더욱 단단해져요. 제가 몰랐던 저의 수백가지 습관과 스트레스, 희노애락까지 몸에는 모두 기록이 되어 있어요.


제 몸에는 제가 보낸 시간이 나이테처럼 새겨집니다. 그 나이테 레이어로 인해 늘 중요한 본질을 알면서도 조금씩 미루거나 포기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액션을 보였던 건 아닐까요. 늘 본질은 심플한데도 불구하고요. 제가 최근에 자주 생각하는 장면들은 몇몇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일을 진행할 수 없었던 순간이에요. 처음에는 저의 설득과 설명이 서툴렀습니다. 힘을 빼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선택해서 일하는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계속 물고 늘어졌어요. 이래서, 저래서, 이런 솔루션이 있는데, 저런 솔루션이 있는데, 계속 공부하고 수집했지만 만약 제가 제 직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었다면 다른 접근법과 다른 설득 방법이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당시에는 잘 몰랐고, 급했죠. 저는 제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런 시간이 누적되는 동안 저는 상사가 안 된다고 하면 쉽게 체념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의 본질도, 일의 본질도, 업의 본질도, 저나 상사가 이 회사에서 함께 하는 이유도 사실은 아주 심플했을텐데 저는 그걸 잘 보지 못 했어요. 늘 제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나요?

Back to Basic. Simple is Best. 다른 분들의 긍정적인 영향력 덕이라고 생각해요. 스터디 모임, 독서 모임, 그리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 지혜를 가감없이 공유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때가 증가하고 있어요. 왜지, 목적이 뭘까, 목표가 뭘까,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나는 지금 왜 이 감정을 느끼고 있지, 내가 정확히 뭐 때문에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하고요. 제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지 않고도 제 삶에서 실천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인사이트와 지식이 바로 제 삶이 되지는 않는군요.


그 경험이 면접에서 생기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본 면접에서 첫 번째 질문부터 부끄러웠어요. 면접관은 무척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였고 질문은 정확했어요. 제 이야기를 경청했고 답변이 부정확하면 이야기를 다시 짚어 추가 질문으로 방향을 붙잡았습니다. 면접관이나 회사의 문제가 아닌 저의 문제였어요.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남의 탓이 아닌, 철저히 저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고 그래서 아쉬움과 반성은 날로 거대해집니다. 지금 이렇게 시간이 있을 때 제가 가진 데이터를 정리하는 걸로 시간을 재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면접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감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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