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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화 9시간전

함흥 차사로 임명되신 우리 대표님

#면접후기 #원티드 #글쓰기챌린지

B사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초보 산타의 작업실 같았어요.

유능한 사람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는데 그 일잘러가 동료 일잘러를 또 데리고 들어옵니다. 일잘러가 많아지다보니 할 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어요. 정말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내가 어제 어떤 옷을 입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다들 속도가 빠른 곳이었어요.


열린 현관으로 들어가 한 중간에 룸 형태의 회의실, 회의실 문 밖에 바로 긴 테이블의 공개된 형태의 회의 공간이 있었어요. 창문을 둘러 각자의 책상이 있었지만 혼자 일하고 있는 사람 보다 대화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탕비실도 누군가에게 사용 방법이나 물건의 위치를 묻지 않을 정도로 모두 라벨이 붙은 채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그런데요,

아아, 대표님은 떠나셨습니다. 함흥 차사가 되어 먼 곳으로 영영 가셨습니다. 아마도.

대표님을 뵙지 못하고 끝난 전형이었어요. 초여름에 서류를 지원하고 보름 뒤 1차 면접이 있었어요. 그 후 한달여 아무 연락이 없어 막연히 불합격이구나, 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2차 면접을 볼 생각이 있는지, 합격할 경우 출근일정은 언제로 생각하는지 묻는 전화였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땡스 갓, 하며 저는 2차 면접 약속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전날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대표님이 반드시 참석하셔야만 하는 미팅이 급히 잡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전화였어요.

회사가 꿩강해야 채용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일정을 조정하는데 동의했고, 구체적인 일정은 다시 확인해서 대화를 하기로 하였어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되었습니다. 잘 지내시죠, 다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먼 곳에서 인사 보냅니다. 와따시와 겡끼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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