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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화 Jun 17. 2024

바람이 분다

#트레바리 #에이미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

에드먼드 버크, “두려움만큼 우리에게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효과적으로 빼앗아가는 감정은 없다.” (17)

며칠 전 면접관 교육에 다녀왔어요. 면접 컨설턴트는 지원자의 답변에서 허수 혹은 거짓을 필터링할 수 있는 장치로 세 가지를알려주었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하는 방법은 라포 형성입니다. 지원자는 면접관과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느끼면 마음이 비교적 편해져 점점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해요. 이때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변을 경청하고 그 답변에 대한 상세 질문을 연속해 물어보는 거예요. 사람은 타고나길, 직접 겪은 경험과 기억을 다 잊은 듯 하다가도 그 키워드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구체적인 사항이 떠오르는 존재라고 합니다. 하지만 거짓을 말했다면 지원자는 즉석에서 계속 살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매끄럽게 하는데 한계가 발견된다고 해요.


거짓을 거르기 위해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시스템을 설계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시스템을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공포나 불안에 기초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더 쉽고, 바로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우리 안에 늘 가지고 있는 겁니다. 심리적안점감이 두터운 조직에 대해 떠올리며, 면접관의 라포 형성과 꼬리물기 질문이 떠오른 이유입니다. 


이 컵 누구 거예요! 왜 매번 안 치우고 올려두세요!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히 매번 치우던 동료의 분노가 터졌습니다. 다 마신 플라스틱 음료컵을 종종 싱크대에 올려놓고 까먹곤 했던 다른 직원이 그를 가만히 보다 자수했어요. 까먹었어요. 그 자백을 듣던 동료는 짜증 섞인 한숨을 탁 뱉고는 다시 컵을 들고나가버렸지요. 자수범은 그를 따라가며 제가 치울 테니 주세요, 까먹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동료는 입을 꽉 닫고 팩 사라졌어요. 후에 그에게 듣기로 그는 죄송하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이 왜 없는지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서로 툭툭, 이야기를 하는 건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인 걸까요?

용기와 만용이, 비판과 비난이 다른 것처럼 심리적 안정감과 구분되어야 하는 태도는 무엇인 걸까요?

심리적 안정감이 우리 조직에 적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아이린 피셔의 회의는 서열이 체감되지 않도록 모두 둥글게 모여 앉는다고 합니다. 원탁의 기사들 같은 모양이 아닐까요. 그리고회의 시작 1분 전에는 다같이 잠시 침묵한다고 해요. 오디오를 꼭 채울 필요 없는 거죠. 인사를 나누지 않고 스스로 심호흡 하는시간인 걸까요. 잠시 침묵한 뒤 회의 참가자들은 작은 물건을 서로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며 그 물건이 자기 손으로 들어왔을때 본인의 의견을 표현합니다. 회의 때 말하기를 포기한 사람, 말을 하지 않고 참을 수 없는 사람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 같이 들려 당장 적용해보고 싶은 방법이에요.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 감독의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하는 이 모임에는 단호한 세 가지 규칙이 있다고 해요. 일. 평가 내용은건설적으로 하기. 평가자는 영화만 평가합니다. 제작진은 작품에 대한 내용으로만 받아들이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이. 이때 나온 의견은 처방이 아닌 제안임을 명심하기.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도 최종 책임도 감독에게 있습니다. 삼. 평가는 영화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기. 평가자는 감독의 비전과 목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마지막으로 브리지 워터에서는 실수를 얼마든지 용납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정확히 분석해 교훈을 얻지 않는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 케이스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정한 심리적 안정감의 신호는 안.미.고.의 내재화 여부예요.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인사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에 대한 이야기지요.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늘 리더의 비중이 거대하거나 차고 넘칩니다. 리더의 비중에 대해 느낄수록 저는 마음도 머리도 안개가 낀듯 답답함으로 뿌옇게 될 때가 있어요. 이런 마음이 다수의 마음이라서 일까요. 이 책은 리더에 대해서도 후술합니다. 


우리는 위보다 아래, 그리고 내 주변을 바랃보도록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크고 작은 방식으로조직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 윗사람이 뭘 하든 상관없이 탁월함을 추구하며 솔직한 의사소통과 학습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은 전염성이 강하다.(227)
리더십은 비단 조직의 최상위층만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일하려는 모든 직위의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다. 리더십의 핵심은 혼자서는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서로의 노력으로 함께 이뤄가는 데 있다.(179)


구성원 개개인이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과정에 일조하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취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상대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도울 일을 물어보는 것.(214) 


셀프 리더십, 팔로우십, 매니지 업.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리더의 모습이나 리더의 현재를 보며 한탄하기보다나의 현재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허리까지 쌓여 있었던 거예요. 낡은 집에서 문득 유리창을 닦기 시작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리딩하는 시도는 나를 내가 바라는 청결한 집으로 인도하고 옆집도, 윗집도 청결한 집이 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문화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문화가 다르다는 건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의미예요. 조직은‘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고 그래서 조직문화는 일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인 하나의조직 구성원이고 일을 더 잘,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찾고 있어요. 그래서 제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일은 크고 작은 방향 수정을 거쳐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 바람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은 결단코 우리 손에 한 번에 쥐어지지 않는다.(181)


#트레바리2기1회차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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