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일요일 올리브영페스타 방문 후기
올리브영 페스타 2025 방문 후기
2025.05.25.일요일 방문
바른생각 덕에 2025년 올리브영 페스타를 다녀왔어요.
저희가 방문한 일요일은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간 페스타 마지막날, 다양한 후기를 이미 접한 뒤라 옷차림, 여분의 선크림과 함께 간식을 챙겨왔어요. 정신이 쏙 빠지도록 뜨겁고, 땡볕 아래 대기하다 하루가 다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정말이었습니다. 노들섬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이었어요.
노들섬에 도착하면 바로 앞에 올리브영 페스타 부스가 보여요. 입구로 보이는 곳에는 대여섯 명의 스태프가 서서 정확한 입구와 동선을 알려주기도 하고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노들섬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어요. 지친 얼굴로 앉아있는 사람들을요. 곧, 그 모습이 당신의 모습이 됩니다.
이번에 입장 시간과 제 티켓을 다시 확인하면서 제가 기대했던 올리브영 페스타 2025;
입장시간이 달라? 내부 인원수를 통제 하나보다. 그러면 들어가서 그래도 좀 많이 돌아볼 수 있겠지.
저녁 6시 입장이 있다고? 그 티켓은 마감세일 처럼 특혜가 있나보다. 후다닥 달렸을 때 운을 시험해보는 건가.
현실의 올리브영 페스타 2025;
입장시간이 달라? 내부 인원 통제 없으니 오전 입장이 무조건 옳았다.
저녁 6시 입장? 저녁 6시부터 이미 정리하는 부스들이 있는데 사전 협의가 없었던 건가.
바른생각 세션은 CEO의 바른생각 비전 PT 이후 짧은 토크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번 세션에서 재미있었던 포인트가 있었는데, CEO의 브랜드 PT가 토크쇼 보다 좋았어요!
바른생각은 한국 청소년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기사, 콘돔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편의점 분실률 1위라는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면서 탄생했어요. 이 작은 인식에서 진짜 섹시함은 스마트함에서 나온다는 슬로건, "SMART IS SEXY"를 만들고 콘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죠.
콘돔 패키지 디자인을 '콘돔 답지 않게' 세련된 컨셉으로 모두 바꿨어요.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고요.
유튜브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성하며 일방적 소통을 넘어 실제 사용자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생산하고, 범주를 확장하고 있어요.
2017년부터는 Fitting room 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콘돔 체험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바른생각은 계속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포지션'을 확장해 왔어요.
그러다 가장 거대한 전환의 기회가 왔습니다.
2017년 올리브영 입점입니다.
바른생각이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부터 콘돔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작되었고,
바른생각도 항공사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바른생각은 고객이 성과 관련하여 겪는 실질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듣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브랜드이기에 제품군을 '고객의 일평생 겪는 성에 대한 문제 해결'로 넓혀가려고 해요.
그래서 바른생각은 고객의 생애주기를 모두 아우르는 라이프사이클 대응 브랜드입니다.
콘돔을 넘어 월경과 관련된 제품 등 계속해서 제품군을 넓히고 있어요.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로 성장해 가려고 한다고 해요.
바른생각의 탄생부터 지향점까지 차례대로 잘 정리된 내용이었고 콘돔부터 섹슈얼 웰니스까지 흐름이 매끄러워서 브랜드 자체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는 기회였어요. 매년 성에 대한 연간 리포트를 발행한다는 것도 이제 알아서 조금 더 바른생각 자체를 주기적으로 기웃거릴 거 같은 발표였죠.
이어서 토크쇼가 있었어요. 인플루언서(유튜버) 엔조이 커플, 여성의학과 정선화 원장의 대화로 사전에 바른생각 스토리를 통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CEO의 발표, 사회자의 진행이 꽤 매끄러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토크쇼는 전체적으로 두서가 없어서 집중이 어려웠어요. 사전에 받은 질문인데도 질문이 두서없이 섞여 있었어요. 첫 성관계, 임신, 생리통 등이 순서 없이 나왔고 질문이 그렇다보니 패널의 대화도 혼란했죠. 자연히 처음에 비해 점점 더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질문을 사전에 받았는데 부족하다면 내부적으로 질문을 만들거나, 현장에서 받는 방법이 있었을테고
질문을 정리한다면 바른생각의 토크쇼인 만큼 바른생각의 섹슈얼 라이프사이클에 맞추어 배정한다거나 특정 키워드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방법도 있었을 거예요.
혹은 패널에 대한 거대한 신뢰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토크쇼 진행 방식 자체가 혼란하다보니 패널 세 분의 강점 중 어느 것 하나 빛나지 못했던 시간이었어요.
바른생각 세션 이후 들어간 페스타 현장은 더욱 뜨겁고, 넋이 나가는 곳이었습니다.
오전 6시부터 입장해 밥을 굶으며 대기만 했어도 다 돌 수는 없었을 거예요. 올리브영 페스타는 정말 모든 부스가 꽉꽉 차 있었어요. 맵 안의 모든 공간이 부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각 부스들은 이벤트, 게임을 잔뜩 준비해 방문자들은 최소한 샘플을 잔뜩 받아 티켓과 함께 받은 가방을 채울 수 있었죠.
본품 주는 게임을 잘 못해서 얻은 건 그닥 없지만 일단 귀여웠던 비플레인의 녹두탕. 시원하고 촉촉한 제품도 마음에 들었는데 목욕탕 입장 키로 받은 팔찌가 귀여워서 지금도 잘 간직하면서 가끔 머리끈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랑 비슷한 분이 많으신지 저녁에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손목에 녹두를 달고 있는 분들이 많이 보였지요.
에스트라의 풍선 게임은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는 걸 앞에 선 사람이 터뜨리면 끝이라 운의 작용이 더 컸지만, 스태프들의 진행이 빠르고 말과 행동이 능청스러워서 입장부터 퇴장까지 매끄러웠어요. 게다가 동행이 이미 자주 사용하고 있던 제품이라 에스트라가 태평양제약이었어? 하면서 헤리티지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보면 헤리티지는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되기도 해요.
7개 브랜드가 클렌징, 스킨케어, 애프터케어로 영역을 나누어 함께 운영했던 부스.
피부과나 스파에 간 것처럼 입구에서부터 상담지를 작성하고 고민에 맞추어 스태프들이 제품을 안내하고 특성을 간단한 키워드로 안내했어요. 진행 빠르고, 키워드 명확하고, 크게 받는 건 없지만 부스의 시스템을 구경하는 것도 앞 사람 상담이 길어지면 빠르게 다른 방법으로 안내해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스태프들의 대응도 인상적이었던 부스.
그리고 이 부스부터 시작되었어요. 버튼 빨리 누르기 게임의 늪이. 이번 페스타에서 보였던 게임기들을 대여해주는 회사들은 이번 페스타가 어떤 경험이었을까요?
메디힐 스태프들은요? 이번 페스타가 어떤 경험이었을까요? 스태프들끼리 엄청난 친구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앞뒤 3~4개 부스에서 대기줄을 서고 있으면 메디힐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종일관 엄청난 리액션을 보였거든요. 메디힐에서는 슬롯머신, 미니게임을 통해 복권 긁기라는 두 가지 게임을 운영했어요. 그 안에서 본품을 받는 사람이 나타나면 다같이 큰 소리로 환호하며 축하했죠.
신기한 건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다함께 축하하고, 게임에서 꼭 좋은 결과 얻기를 바라니까 땡볕에 서있다보니 잔뜩 예민하고 힘든 사람들이 함께 웃으며 즐거워하고, 메디힐 본품 안 준다며 지나가던 사람들, 주변에서 큰 흥미가 없던 사람들도 메디힐 부스 가까이 오곤 했다는 거였어요. 그 정신 없고 힘든 상황에서도요.
멈추지 않고 계속 대기하면서 부스들을 하나씩 지워나갔어요. 종이 지도에 하나씩 엑스를 그려가며 옆으로 옆으로 움직였죠.
스킨케어 존만 10여곳 돌았더니 오후 6시. 3시간이 지나있었어요.
해가 지기 시작하자 앞뒤로 줄서있는 사람들이 입은 화상이 눈에 명확히 보였어요. 색조 존에서 그래도 최소 한 곳은 가자는 마음으로 이동했는데 여전히 줄이 너무 길어서 무작정 대기는 불가, 웨이팅을 걸 수 있는 곳에 등록했더니 오늘 안에 절대 갈 수 없는 번호였죠. 실제로 집에 갈 때까지 가망이 없었고요. 저희 앞에 몇 백 명이 대기 중이셨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아래 층으로 내려갔어요.
아래층은 야외 공연 겸 휴식할 수 있는 나무의자, 그 앞으로 향수, 비타민, 생리대, 영양제 등 라이프사이클 관련 부스들이 역시 오밀조밀 붙어 있었죠.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달리는 게임, 빠르게 누르는 게임, 공 잡는 게임 등을 하면서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스킨케어와 색조에 비하면 훨씬 적었지만 역시 여기서도 줄서있는 시간이 짧지 않아서 주로 뭘 먹을지 고민했답니다.
운영 마감시간으로부터 10분 전, 저희는 문을 닫기 시작한 부스들 사이, 대기마감한 부스들 사이를 뛰듯이 걷다가 다시 위로 올라갔어요. 그곳은 진작 마감한 곳으로 가득했죠. 동행은 저희가 어리석었다고 한탄했어요. 스킨케어, 라이프사이클은 경험했지만 색조는 경험 조차 못 했거든요. 하지만 정말 그 줄을 견디는 게 맞았던 걸까요...?
동행은 올리브영 페스타 2026이 열리면 또 갈 거라고 해요. 저는 그 정도의 확신은 없지만 궁금하긴 합니다. 내년에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기획을 할 지. 올해 제가 느낀 점은요.
우선 장소, 노들섬을 크게 사용한 건 좋았지만 5월 말이라는 날씨를 고려하면 우산이 아니라 양산을 가방에 넣어주면 대기줄이 덜 고됐을 거예요. 최소한 화상은 덜 입었겠지요. 우천이 염려된다면 우양산을 넣을 수도 있고요.
물론 노들섬이라서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가 있었어요. 바람이 불면 아름답고, 해가 지면 더 아름답고, 다른 부스에서 크게 리액션을 하거나 누군가 신나게 소리를 질러도 불쾌하게 울리거나 쨍하게 찢어지지 않았어요. 저녁이 되면서 들리는 노랫소리도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해가 쨍한 야외 공간이기 때문에 서커스를 컨셉으로 하는 부스들의 컬러감이 더 귀엽고, 구분이 명확했어요.
다음으로 운영시간과 인원 통제. 실제 고객 후기는 인플루언서와 언론보도로 덮고 가겠다는 전략이었다면, 실제로 인원수가 무척 많이 나왔을테고 수많은 보안요원들이 목이 쉬도록 안전 관리를 한 덕인지 아무 사고도 없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스를 구매하고 이벤트를 운영한 브랜드, 티켓을 구매해 방문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대치가 반 정도 달성되었을까, 기대효과가 어느 정도로 실현되었을까 아리송한 전략이에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향상, 제품의 강점과 특성 인식, 고객과의 직접적인 연결 등 이벤트와 부스를 기획할 때 고려했던 내용들이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본품 주는 부스', '스태프가 일을 특별히 더 잘한 부스'와 같은 경우가 아니면 기억에 길게 남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요.
고객 입장에서는, 일일 보부상이 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요. 고객은 부스를 찾아갑니다. 줄을 섭니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까지 대기하면서 사전미션(브랜드 계정 팔로우, 브랜드 계정 선호도 표시)을 수행합니다. 부스에 입장합니다. 내 뒤로도 여전히 대기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모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합니다. 그럼 고객은 최대한 빠르게 게임에 참여하거나 미션을 수행합니다. 그 결과 샘플 혹은 본품을 상품으로 받아갑니다. 부스를 나가 다음 부스를 찾아갑니다. 저는 여기 공짜를 받으러 온 사람인가요. 저는 독수리인가요. 올리브영 페스타가 실제로 그런 컨셉이고, 그걸로 유명하다고 해도, 올리브영 페스타에 참여한 '나'라는 고객이 스스로를 독수리로 여기게 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내가 올리브영 페스타를 통해 1년 화장품을 다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페스타를 경험하는 나, 페스타 안에서 움직이는 나는 더 멋진 사람 처럼 느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올리브영 페스타에 참여한 멋진 나'가 이후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멋진 나'로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올리브영 페스타에서 모든 브랜드가 미션을 설계하는 방식에 전제가 있었어요. 첫째, 다들 핸드폰 배터리가 충분할 것이다. 둘째, 다들 데이터가 충분할 것이다. 셋째, QR코드만 준비해두면 부스 입장(올리브영 앱 내 올리브영 페스타 페이지), 브랜드 계정 팔로우 인증(카카오, 인스타그램 등), 브랜드 계정 선호 하트 인증(올리브영 앱 내 브랜드 페이지) 사이 화면 전환이 부드럽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아닙니다.
해가 쨍쨍한 덕에 핸드폰 배터리는 더 빨리 소모되는 날이었어요. 최소한 보조배터리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했습니다. 노들섬이라는 외부공간이라 데이터/와이파이에 대한 고민이 어려웠다면 부스 입장과 브랜드 사전미션과 관련해서 사전에 대화나 조율 등이 있으면 올리브영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페스타가 조금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