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행 메이트

저잣거리#2

by Igloo of Aningaaq

우리는 여행에 임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누군가와 함께 한다.

크게 보면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와 누구와 가느냐 크게 두 가지 쟁점으로부터 시작된다. 긴 여행기간 동안 다양한 측면을 지니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굳이 따지면 여행 내내 변함없는 고정요소면서 동시에 단일 요소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사실 여행의 즐거움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함께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여행의 성패를 위해 우리는 좋은 여행 메이트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데, 사실 '좋은'까지 기대하기 보다는 '나쁜' 메이트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여행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본다.


나쁜 여행 메이트란 무엇일까? 흔히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는 성향이 다른 메이트 일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여행에서 겪는 마찰과 갈등의 큰 지분이 여기서 기인한다. 다만, 이것을 ‘나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온당한가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어디까지나 다름은 틀림이 아니며, 절대적으로 자신을 기준으로 바라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다름이 틀림으로, 다양성이 나쁨으로 정의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점은 상대방의 기준에서 보았을 땐 내가 그 자리에 위치할 수 있음도 시사한다. 결국 우리는 같은 감성을 공유하지 못하며, 서로에게 방해가 될 뿐이다.

물론 일반적인 범주(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를지라도)를 확연히 벗어나 버리면 그것을 단순히 ‘다름’으로 치부하며 면죄부를 줄 수 있을지는 조금 고민 해봐야할 문제지만, 원론적으로 성향의 차이는 지금의 주제인 ‘나쁜’에 맞는 개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나쁜’ 메이트를 정의하기 위한 특징은 뭐가 있을까?


우선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거나 소홀한 이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일상과 동떨어진 여행은 수많은 사고와 노동을 요한다. 본격적인 업무는 조사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물론 이 지점에 관하여는 마냥 ‘업무’의 영역이라기 보단 선택의 자유도가 부상으로 따라오는 영역이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짐을 나눠든다던지 길을 찾는다던지 하는 자잘한 행위는 이어진다. 여기서 본인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이 주로 싸움의 불씨가 되곤 한다.


타협하지 않으려는 이도 떠오른다. 결국 사람은 모두 다르고, 여행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100퍼센트 일치할 수 있을 리 없다. 단순한 일정부터 숙소나 식사메뉴의 선택까지, 결정해야할 영역은 여행 내내 이어진다. 그래서 서로는 최대한 적정한 선을 찾아 합의해야하는데, 여기서 몽니를 부리며 상대방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이야 말로 모두가 동의하는 ‘나쁜 메이트’의 의미에 부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들고 싶은 나쁜 여행 메이트의 요건은 인내심의 부재이다.

이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현되는데 주로 심한 감정기복, 계획하지 않은 변수를 마주했을 때 터지는 짜증이나 깊은 좌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행은 어쨌건 끊임없는 변수들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러한 파도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타느냐, 그게 아니라면 냉철하게 헤쳐 나가느냐는 ‘선택’이지만, 그저 불평하고 하염없이 휩쓸리기만 하는 것은 주변의 그 누구에게나 최악의 영향으로 다가갈 수 있다.


결국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비록 나의 자유도를 조금은 낮추는 것을 다른 여러 장점들(위험도의 감소, 업무 부하의 분할, 규모의 경제에 따른 가성비의 추구, 외로움 과 심심함의 차단 등)을 위해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합의와 같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든 희생할 수 있어야 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하고 감출 수 있어야한다.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혼자 여행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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