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세상을 휘감아 덮었다.

첫문장으로 소설 쓰기#1

by Igloo of Aningaaq

먹구름이 세상을 휘감아 덮었다.

하지만 그리 상관없었다. 밖으로 나와 햇살을 쪼이려는 이는 아무도 남지 않았으니깐.

처음엔 그저 5년여마다 습관처럼 도는 그저 그런 유행성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어느 정도의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긴장감이라곤 없었다. 고작 두세명 죽어갔을 뿐이니까. 아직 사회에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었을 테니까.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갈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안일했다. TV가 연신 경각심을 재고하는 뉴스를 내보낼 때에도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 병을 농담 속에 섞어 쓰곤 했다. 확진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의료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에도 관성처럼 가지던 생활방식을 바꾸진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일터로 출근해 사회활동을 지속했고 두려움 속에서도 더욱 결집하곤 했다.


아마 사람들이 처음 충격을 받은 기점은 대통령이 쓰러졌을 때였을 거다. 희생자들이 네 자리 숫자를 막 넘어선 시점이었다. 그의 죽음은 사람들이 막연히 갖고 있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고,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극도로 단절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스크가 사람들 간의 감정교류를 막아섰고 나중에는 점차 대면하는 일 자체가 사라져 갔다. 희생자는 날마다 있었지만 더 이상 장례식은 열리지 않았다. 다들 각자의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통신마저 끊기고 나니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홍수로 범람하고 모두 각자의 나무판자를 부여잡고 표류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세 달이 흘러갔다. 전기도 끊긴 지 오래되어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쳐왔다. 그 어둠 속에서 아내도 문득, 정말 문득 숨을 거뒀다.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혹은 죽은 식구들을 화단에 묻기 위해 나오던 이웃들도 창밖으로 보이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본 게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지만 이어질 무엇이 바깥에 남아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마지막 생존자 일지도 모른다. 식량은 곧 떨어질 테고 아내의 시신과 함께 하는 이 기묘한 기거도 이제 곧 끝내야 한다.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까닭이 철저한 격리일지, 타고난 항체일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이곳에 고립되어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건 선택지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작스럽게 비장감이 몰려왔다. 확실히 결심했다. 나는 광야에서 죽겠다.


인근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내를 묻었다. 이미 수십 개의 봉분이 솟아있는 그 곳에도 아직 아내의 작은 몸뚱이를 눕힐 빈자리 정도는 남아 있었다. 먹구름에 가려 햇볕 한줄기 들지 않는 그 모래밭에서 한참을 울었다. 아내에 대한 슬픔이 지나가고도 눈물은 쉽게 멎지 않았다. 혼자 남은 쓸쓸함 때문인지 언제 다가올지 모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비어 있는 가게들을 뒤져 캔으로 된 음식들을 좀 챙겨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외제차에 실었다. 황량하게 뻗어있는 올림픽대로를 보니 이제 무슨 일이건 벌어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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