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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사자 Sep 28. 2020

밤 새워서라도 하는 즐거운 일? 금방 지루해지는 일?

저는 남들한테 인정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일이면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어요. 결과를 내고 나면 내가 남들한테 어떤 인정을 받을지를 상상하면 즐겁거든요.


브랜드 컨설턴트를 하기 바로 전 직장은 IT 중견기업이었는데요. 창업자이자 대표인 분이 제 직속 상사였어요. 저는 그분의 인정을 받는 게 좋아서 그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어요. 고용주가 입에 발린 칭찬을 남발하면서 '인정 욕구'를 자극하고 나를 흔드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건전하게 인정을 주고 받는 건 일에 대해 건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 회사에서 제가 밤을 새워서 한 일이 딱 하나 있는데요. 케이블 TV 채널에 나가는 회사 소개 영상 기획이었어요. 방송국에 기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기한 전날 밤을 샜죠. 맨날 단신 보도자료를 쓰거나 기획기사 등 글로 된 콘텐츠만 만들다가 영상을 위한 기획을 하려니 또 새로운 일이었는데 재밌었어요. '영상을 통해서 우리 브랜드가 잘 드러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는데 혼자 답을 내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았어요.


밤 12시 반? 새벽 1시 쯤? 기획안을 직속상사인 대표님께 보냈는데 피드백 답장이 오는 거예요.


Oh, my God!


대표님 피드백을 반영해서 기획안을 수정하고 메일을 다시 보냈죠. 그런데 대표님께 또 피드백 답장이 오는 거예요.


Wow...


그렇게 대표님과 새벽에 이메일을 옥신각신 주고 받다보니 마지막으로 기획안이 fix된 시간은 새벽 2시 40분...


바짝 긴장한 채로 새벽 2시 40분까지 있으니까 몸은 피곤한데 도저히 잠이 안 오더라요. 결국 밤을 꼴딱 샜죠.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일하는 내내 즐거웠고요.


저는 형식적인 일이나 절차를 상당히 지루해 해요.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나 큰 기대도 없고, 대학 졸업식도 가기 싫었는데 부모님이 가길 원하셔서 억지로 끌려 갔었죠. 요식행위라고 하나요? 그런 일들이 저한테는 너무나 괴롭습니다ㅎㅎㅎ


이전 직장은 규모가 중견기업이라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결제하려면 재무팀의 결재를 받아야 했는데요. 그런 결재 과정에서 해야 하는 형식적인 말들이 전 별로 달갑지 않았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런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해서 소요되는 시간들도 아까웠구요. 그런데 규모가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형식적인 절차가 필요한 일이더라구요.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회사돈을 쓰자는 '약속'이니까요. 모두가 지키는 통일된 약속. 계획을 세우거나 관리하기에 좋은 시스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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