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큰 목표를 정해놓고 살지 않아요. 중학교 때 '서울예고를 가겠다', 고등학교 때 '서울대를 가겠다', 대학교 때 '아나운서가 되겠다' 이럴 때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만을 위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지금은 아니예요.
지금은 거시적인 목표가 없어요. 하루하루 충실히 살고 있고 하루를 잘 보냈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블로그에 매일 1개씩 글을 쓰는 시간들이 요즘 저에게는 가장 소중해요. 블로그에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글을 쓰는 게 제 하루치 목표이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지난날의 저를 돌아보고 내일은 어떤 글을 쓸까 막연하게나마 계획을 세우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하루살이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날그날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서울예고, 서울대, 아나운서 이런 목표들을 정해놓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미래만 보면서 현재를 살지 못했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큰 목표 없이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꿈'이 있답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요. 하루하루 매 순간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꿈이예요. 좀 더 거창해지자면 가족이나 친구들, 제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도 저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
이렇게 보면 제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고 별 욕심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끈질기게 집착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바로 '본질'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요. 온전히 저로 살고 싶은 욕망이 컸죠. 그래서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도 참 힘들었어요. 이건 내가 아닌데 자꾸 저를 어떤 틀에 맞춰야 한다고 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도 힘들었죠. 난 온전히 나로 일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사실 바로 이전 직장에서는 제가 저로 일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준 편이었어요. 그래서 제 기준에서는 꽤 오랜 시간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회사의 그런 배려들에 부응하고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을 많이 참고 감내했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은 것 외에도 어떤 현상이나 사물, 무엇을 보든 전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어 해요. 진짜가 뭔지 진실이 뭔지 알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요. 그 과정에서 현실과 잘 타협하지도 않고요. 예를 들면 그런 거예요, 제가 B2B IT 회사에서 일했었잖아요? '이 회사는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가치'를 주려고 하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하게 됐을까?' 이런 것들을 계속 추적하고 파는 거죠. 본질의 끝에 닿을 수 있을 때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