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교내 남북통일과 평화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어요. 상을 탄지 어떻게 알았냐면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등교를 하고 교문을 지났는데 교문 옆 게시판에 제 포스터가 떡 하니 붙어 있잖아요! 처음 발견했을 때 기분이 좋았죠.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이며 그림을 바라봤던 것 같아요. 뿌듯하기도 했고 예전에도 그림 관련 상은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뭘 잘했길래 교문 옆에 포스터가 붙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했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분석'하기를 좋아했던 게요. 저는 최우수상의 포스터는 어디 붙어 있는지 찾아봤는데 다른 장려상, 우수상 포스터와 함께 늘 상 받은 포스터가 걸리는 자리에 걸렸더라고요. 학교 건물 안 1층에요. 제 포스터만 우수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학교 정문 옆 게시판에 걸렸던 거죠.
내가 더 잘했는데?
당시 최우수상 작품을 본 어린 암사자
제 포스터와 최우수상 포스터 사진이 있어서 이 포스팅에 올려서 같이 얘기 나눠보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ㅎㅎ 그랬다면 진실을 밝힐 수 있었을 텐데....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때 저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힘'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그렸어요. 지금 제가 생각해도 아이디어부터 너무 영특하네요ㅋㅋㅋㅋㅋ 사실 저는 1991년생이기 때문에 13살이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도 '한강에 기적'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아마 그건 우리 부모님 세대가 잘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포스터 공모 한참 전에 우연히 문제집에서 한강의 기적을 살명하는 작은 삽화와 짧은 글을 봤죠. 우리나라 온 국민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구나 싶었어요.
아, 이제 곧 매년 열리는 통일 포스터 대회가 있을 텐데... 이걸 접목해서 포스터를 그려봐도 좋겠다.
어린 암사자
곧장 문제집에서 그 삽화와 글을 스크랩하고 통일 포스터 대회를 기다렸어요.
저때도 어른이 돼서 '기획'을 잘할 거란 싹이 보이지 않나요?ㅋㅋㅋㅋㅋ
저는 사실 늘 교내 그림 대회에 나가면 우수상밖에 받지 못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우수상은 못 받더라고요. 그렇다고 장려상을 받은 적도 없어요. 늘 우수상이었죠. 어머니는 저에게 최우수상 그림을 매일 보며 포스터의 그림과 문구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조언해주셨죠. 그래서 정말 그렇게 했어요.
그림 색감이 어떻네.
내 그림과는 다르게 그라데이션도 넣었네?
문구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구나.
매일 최우수상 작품을 뜯어보며 분석하던 초등학교 6학년 암사자 어린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지금 제 강점이 된 '분석'이었어요.
아무튼 저는 학교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정문 옆 게시판에 제 그림이 걸리면서, 비록 우수상이었지만 최우수상보다 값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3년을 살아오면서 느낀 가장 큰 뿌듯함이었죠. 그때 이후로 미술이 더 좋아졌어요. 미술을 하면 내 가치를 인정 받고 내 존재가 증명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진로를 미술로 정하고 예술고등학교를 가겠다는 선언(?)까지 해버리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