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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Oct 21. 2019

런던 타워브리지, 예전 같지 않다는 것


짧았던 런던 일정이었지만 야경을 보고 가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아,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밤 숙소 앞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타워브리지로 향했다.

 밤의 타워브리지를 본 내 첫 소감은 '예전 같지 않다'였다. 15년 전의 기억이 왜곡된 것인지, 하필 내가 보러 간 날 전체 조명을 다 밝히지 않은 탓인지 다소 어두운 타워브리지는 뭔가 초라한 야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어쩌면 야경을 보는 내가 예전 같지 않아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의 내게는 타워브리지가 인생 첫 해외 야경이었고, 지금의 나는 (누가 정했는지 모를) 세계 3대 야경을 비롯한 멋진 해외 야경을 여러 번 본 상태라 예전만큼 우와ㅡ할 일이 실제로 적어졌다.
 또 이번 여행은 (뜻하지 않게) 함께 여행 간 친한 동생의 예전 같지 않음에 당황하고 실망한 여행이라 무엇을 봐도 감흥이 덜 하기도 했다.





이 세상 대부분의 모든 건 다 변한다.

장소도 사람도 변하지 않는 게 더 어색할 정도다. 나 역시 알게 모르게 많이 변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나를 변하게 만든 건 역시 10년의 직장생활이었다. 학생으로서 겪은 일도 분명 인생 중요한 일들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겪은 일은 그래도 울타리가 있는 온실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 있었을 텐데 직장생활로 인해 변질(?)된 내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참 씁쓸해진다. 특히 별로 보유하지 않던 방어기제란 방어기제는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탑재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그 어떤 것도 잘 믿지 않는 증상도 직장생활 이후부터 갖게 되었다.



내가 가까이에서 본 사회인들은 정정당당한 승부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해서 자기 발전을 도모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쟁상대를 견제하기에 바빴다. 견제할 힘으로 본인 능력개발을 하기보다는 남을 헐뜯고 끌어내려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 걸 수도 없이 봐왔다. 처음에는 그런 개개인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걸 가능하게 하는 집단의 이상한 기준과 시스템이 서로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런 걸 보고 들으며 진짜 저래야 내 자리를 뺏기지 않고 보전하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납득 불가한 그 행태를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할까 흔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끝끝내 나는 모든 전의를 상실하여 그 어떤 승부(?)에도 관여하지 않기로 손을 털었다.







 직장생활 10년 차, 여러 사건과 여러 사람에 대해 나 자신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면 곁눈질도 하지 않고 손을 확 털어버리는 것에 그 누구보다 능한 사람이 되었다. 이건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나도 덜 상처 받고, 덜 아프려고 이렇게 된 거라고 하지만 때때로 이런 나의 변질이 맞는 건지, 진정 이게 나다운 건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예전 같지 않은 타워브리지를
예전 같지 않은 동생과 보면서
예전 같지 않은 나는 생각했다.

 변화에 장사 없더라도, '씁쓸함을 남기는' 예전 같지 않음은

 나 자신에게 만이라도 좀 덜 되게끔 해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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