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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Nov 20. 2019

저는 엄마를 위해 일합니다


운전대를 잡으면 나도 모르게 거친 욕설을 내뱉을 때가 있다. 어제 오랜만에 밤 운전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유독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분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제도 그런 차가 있어서 순간 욱 했는데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 대다수가 저 차처럼 깜빡이 없이 나에게 끼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도 없고 합을 맞춘 리허설도 없는 인생에서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 깜빡이 없이 끼어든 일이 기분 나쁘고 성가신 일일 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에 나는 유독 취약하다.

 이것은 세상사 참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어쩜 이리도 코딱지만 할까 헛웃음이 나오는 판국에 도로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저런 황소개구리 같은 운전자에게는 내 평소의 분노까지 전가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내뱉고도 깜짝 놀랄 욕설이 어느새 내 입 주변을 맴돈다. 차 안에 나 혼자여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터가 안 좋은 건지, 마가 낀 건지 최근 몇 주간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났었다. 큰소리는 주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고객들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당한 건 아니었지만 응대하는 직원에게 욕설을 내뱉으신 분도 있었고, 볼펜을 집어던지는 분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경찰까지 부르게 한 분도 있었다. 불과 어제도 직원에게 반말과 명령조로 화를 내신 분이 있었다.

 나는 같은 공간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같이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는데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점점 피부로 느끼는 것 또한 무서웠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살기가 팍팍한데, 또 그 분노를 어쩌지 못해 서로를 찌른다.






 지난 런던 여행에서 숙소 근처 폴란드 음식 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상당히 친절한 직원들이 뒤 돌아 섰을 때 그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 등에 적힌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다.


 I'm working for mama



 레스토랑에서 음식 맛이 아닌 어떤 문구로 뭉클해지긴 처음이었다. 그 식당은 음식 자체도 맛있었지만, 그 문구가 계속 내 마음에 남았다.

 우리 회사도 단체복이 있는데 각자 상황에 맞춰서 저걸 새기자고 제안할까 생각해본다. 저는 부모님을 위해 일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위해 일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위해 일합니다 등등...

 차에도 내가 먼저 지키고 다짐한다는 의미로

저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운전합니다.라고 써붙인다면 이거 너무 오버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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