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으면 나도 모르게 거친 욕설을 내뱉을 때가 있다. 어제 오랜만에 밤 운전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유독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 분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제도 그런 차가 있어서 순간 욱 했는데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 대다수가 저 차처럼 깜빡이 없이 나에게 끼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도 없고 합을 맞춘 리허설도 없는 인생에서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 깜빡이 없이 끼어든 일이 기분 나쁘고 성가신 일일 때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에 나는 유독 취약하다.
이것은 세상사 참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 드넓은 세상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어쩜 이리도 코딱지만 할까 헛웃음이 나오는 판국에 도로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저런 황소개구리 같은 운전자에게는 내 평소의 분노까지 전가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내뱉고도 깜짝 놀랄 욕설이 어느새 내 입 주변을 맴돈다. 차 안에 나 혼자여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터가 안 좋은 건지, 마가 낀 건지 최근 몇 주간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났었다. 큰소리는 주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고객들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당한 건 아니었지만 응대하는 직원에게 욕설을 내뱉으신 분도 있었고, 볼펜을 집어던지는 분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경찰까지 부르게 한 분도 있었다. 불과 어제도 직원에게 반말과 명령조로 화를 내신 분이 있었다.
나는 같은 공간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같이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렸는데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점점 피부로 느끼는 것 또한 무서웠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살기가 팍팍한데, 또 그 분노를 어쩌지 못해 서로를 찌른다.
지난 런던 여행에서 숙소 근처 폴란드 음식 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상당히 친절한 직원들이 뒤 돌아 섰을 때 그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 등에 적힌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다.
I'm working for mama
레스토랑에서 음식 맛이 아닌 어떤 문구로 뭉클해지긴 처음이었다. 그 식당은 음식 자체도 맛있었지만, 그 문구가 계속 내 마음에 남았다.
우리 회사도 단체복이 있는데 각자 상황에 맞춰서 저걸 새기자고 제안할까 생각해본다. 저는 부모님을 위해 일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위해 일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위해 일합니다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