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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02. 2019

낭만에 대하여


평화로운 주말 오전,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열어 요즘 한창 꽂혀 있는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엄마 나는 요즘 이 가수 노래가 그렇게 좋더라. 거의 매일 듣고 있어.” 하고 말을 건넸다.

노래는 ‘낭만에 대하여’였고, 가수는 ‘최백호’였다. 노래를 틀면서 엄마의 반응을 살피려고 엄마를 스윽 쳐다봤더니 엄마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 보였다. 우리 딸이 벌써 이 노래를 이해하고 좋아할 만큼의 연식이 된 건가 하는 다소 슬픈 표정이셨고, 실제로 세월의 야속함을 잠시 탓하셨다. 엄마도 좋아할 줄 알고 노래를 틀었다가 잠시 머쓱해져 있었는데, 다행히 최백호 님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사실 서른 후반의 내 나이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데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무려 24년 전) 목욕탕집 남자들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땐 어른들이 왜 이 노래를 좋아하시는지 도통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와 좋아하는 걸 보면 나이가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 같긴 하다.

내가 최백호 님의 목소리에 빠지게 된 건 에코브릿지의

 ‘부산에 가면’ 이란 노래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노래를 듣는 순간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여서 에코브릿지라는 가수의 콜라보 기획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이렇게 우연히 최백호라는 가수의 매력을 알게 되고나서부터 나는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유독 가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낭만에 대하여 란 이 노래는 가사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면 가사 속 상황이 그려진다. 단 한 번 경험해본 적 없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노래 가사처럼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면’ 어떨까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번진다.



  특히 낭만의 대하여란 노래는 그것을 들을 때마다 탄식을 내뱉고 마는 가사, 나만의 킬링 포인트가 있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 만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랑에 대한 기회, 연애감정이 사라짐에 대한 중년의 애달픔 속에 (젊은이에게는 비교적 대수로운) 실연을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나이의 경지와 내공에 매번 무릎을 꿇고 만다. 요즘 말로 이 노래 가사가 (낭만에 대해서 만큼은) ‘찐’ 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는 늘 이 킬링 포인트에서 찾는다.

 이 노래가 말하는 낭만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경험과 시절이 필요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며 10년 뒤 혹은 20년 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그 날의 나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에 대하여 그것이 그야말로 진짜 ‘낭만’이었음을 알고 있을 거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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