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착실히 공부하고 규칙을 잘 따르던 쪽에 속했던 나는 9년 전,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어디든 들어가 일꾼이 되기로 결심하고 회사에 입사했다. 공교롭게 이 책은 내가 입사한 해에 발간된 책이고, 나는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시스템에 기만당하고 세뇌되었으며 그런 우리 모두 톱니바퀴가 되도록 '훈련'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이 유독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 건 책을 쓰던 시점에서 그가 바라본 '우리 주변'에 대한 묘사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주변이 높은 보수를 받는 고지식한 관료, 받아 적기만 하는 사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 지침 신봉자, 주말만 기다리는 노동자, 주어진 길만 가는 사람, 해고를 두려워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나를 포함한 나의 주변과 너무도 닮아있던 탓일까. 저자는 10년 뒤 한국에서 책을 읽을 나를 어찌 이리 잘 알고, 또 그런 내 주변을 어쩜 이리도 잘 꿰뚫어 봤을까 참으로 신통방통하였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독창적인 사상가, 선동가,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마케터,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영업사원, 꼭 필요한 일이라면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일이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열정적인 체인지 메이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조직이든 이 모든 것을 함께 몰고 올 수 있는 사람,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바로 이러한 사람이 '린치핀'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위와 같은 린치핀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가득 찬 조직 혹은 사회에서 '대체 불가능한' 린치핀은 어떻게 될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저자의 관점이 이렇게 흥미로운데 반해 이 책은 상당히 두서가 없는 책이었다. 끝까지 붙들어 완독 하긴 했지만, 끝끝내 정리가 잘 되진 않았다. 그래서 현재 나에게 크게 와 닿는 내용을 중심으로, 바로 적용할 몇 가지만 선택해서 정리해보았다.
1. 제대로 일을 끝마치는 습관을 가져라
제대로 일을 끝마치는 습관은 꼭 필요한 사람(린치핀)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에서 반드시 쌓아야 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목적은 오로지 끝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무슨 일이든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 책을 읽기 전인) 올해 초부터 나는 이 습관을 들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린치핀이란 개념을 몰랐기 때문에 린치핀이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일단 새로운 뭔가를 해야 새로운 결과가 생길 거라는 단순한 기대로 한 번 시작한 것은 끝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몇 년째 ~해야지 했던 것을 그냥 했다. 주로 한 일들은 글을 쓰고 내가 쓴 글들을 여러 공모전에 낸 일이었다. 정확히 세 보지는 않았지만, 올해 참여한 공모전이 10개는 넘은 것 같다. 저자의 표현대로 마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고통스럽게 느껴진 적도 있었고, 며칠만 더 시간이 있다면 좀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무수히 했다. 하지만 일단 마감이 다가오면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를 지어 제출했다. 저자는 시간이 가면서 빠르게 일을 제시간에 마무리 짓는 것이 린치핀이 되기 위한 예술의 일부이며, 그런 마무리가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돌아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참여한 공모전에서 우수수 떨어진 가운데 두 곳으로부터는 응답을 받아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일을 끝마치는 습관은 내게 완전히 안착된 습관은 아니다. 여전히 계속 의식해야 하고 다듬어야 할 미래의 내 습관이다.
2. 실패를 다르게 생각하라
저자는 성공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그들이 실패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실패를 통해 배우는 교훈은 보통 사람들이 배우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패를 해도 처음부터 시도하지 말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으며 자신은 똑똑한데 세상이 엉터리라고 한탄하지 않는다. 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사용한 전략이 왜 작동하지 않았고, 전략을 사용할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이 왜 반응하지 않았는지를 배운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내가 그동안 성공한 사람들과 철저하게 반대인 교훈을 곱씹고 있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또 분명히 실패를 할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 사실 이 정도 살았으면 나 역시 이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로 인한 상처로 이것을 자꾸 잊게 되는 것뿐이다. '지는 데 능숙한 사람은 머지않아 이기는 사람이 될 것이므로 지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을 매 순간 상기시키도록 한다.
3. 불편함을 자처하라
저자는 익숙한 길에서 불편한 상황을 일부러 찾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길에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편안함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고 한다. 과거의 나도 '안정적'이란 의미가 뭔지도 모른 채 소위 말하는 안정적이고 편한 길을 택했다. 그리고 실제로 진정한 편안함은 찾기 힘들었고 지금도 못 찾았다. 차이를 만들고 자신만의 발판을 찾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말을 뒤늦게 깨달은 나는 내가 자처할 불편함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 부분에서 하수 중의 하수인 나는 앞서서 불편함을 자처했던 사람들을 일부러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불편함을 자처한다고 항상 성공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일단 나는 불편해져야 한다.
내가 택한 조직의 핵심인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포기했지만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야심(!)은 여전하다.
린치핀이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일단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꾸리는 것으로 톱니바퀴에서 조금씩 이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