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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Mar 09. 2020

노래에서 느낀 세대차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 지점 근처에는 제법 큰 상권이 있다. 그래서 거리를 걷다 보면 (평소 내가 볼일이 없는) 10대, 20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번 주 출장을 갔다 사무실에 복귀하는 길에 한 상점의 외부 스피커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사실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는데 마침내 옆을 지나가는 학생들 무리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ㅡ 우와 김예림. 행복한 나를. 오랜만에 듣는다.

그 말을 듣고 귀를 세우니 내 귀에도 김예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에서 그녀가 불렀던 그 노래를 자주 들었기 때문에 나 역시 알고 있는 곡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나에게 '행복한 나를' 이란 노래는 김예림보다는 '에코'의 행복한 나를 이기에, 그 학생들의 대화를 듣는 순간 노래에서 갈리는 (극명한) 세대차이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방 리스트가 있듯, 여자들에게도 비슷한 그것이 있는데 내가 한창 노래방을 드나들던 시절에는 이 방 저 방에서 에코의 행복한 나를 바로 이 노래가 들렸었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고 지금도 옛날 감성 돋는 날에는 빼놓지 않고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에코의 행복한 나를 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 출근길에 김예림과 에코의 '행복한 나를'을 연달아 들어봤다. 김예림의 매력적인 목소리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귀와 내 마음에 때려 박히는 호소력으로는 에코의 목소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대체 왜일까 싶어 이 노래를 한창 들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노래와 관련된 특별한 사연이 있었나 탈탈 털어봤지만 떠오르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이 때면 중 3 때라 취미이자 특기였던 짝사랑마저 공백기였던 시절이었다. (노래 가사의 시작처럼 몇 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기는커녕) 이별이 뭔지도 몰랐을 시절인데 감성 터지는 소녀의 나이엔 상상력 만으로도 노래 가사에 감정이 퐁당 이입될 수 있었던 것일까.

 바스락거릴 정도로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요즘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또 피식 웃음이 났다.






 어떤 시절에 들었던 노래는 그때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에코의 '행복한 나를' 노래 한 곡을 들은 탓에 나는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카세트테이프와 좋아하는 노래의 을지 악보를 사서 더듬더듬 피아노를 쳤었던 중학교 시절 그때로 단숨에 돌아갔다.

 노래에서 느꼈던 세대차이는  출근길 15분짜리 나만의 사적인 레트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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