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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하는 사람들만 더 한다는 함정

by 앤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악화되면서 회사 일이 바빠졌다. 업무가 폭증하면서 평소 못 보던 상황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그제는 사무실에 경찰이 출동했고, 어제는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고객들끼리 (새치기 문제로) 고성과 욕설이 오고 갔다.

냉정히 말하면 회사에서 하는 일은 고객들에게 적시에 지원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요즘 업무량은 이 인원으로 감당하기 힘든 건수라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내가 있는 회사 얘기는 아니지만 얼마 전 이와 관련된 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한 기관의 정원과 (경영 공시된) 현원을 비교하며 이 인원으로는 지원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다니는 회사를 떠올려보았다. 요즘 같은 업무량으로는 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 역시 매번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짝 더 절망적인 것은 이 부족한 현원 안에서도 허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도 일을 안 하는 자들이 있고 자기 몫을 못하는 자들이 있다.
지금 내가 속한 지점에도 시종일관 인원 부족을 토로하는 상사(중간책임자)가 한 명 있는데, 언제나 본인이 일해야 할 몫을 빼고 계산하는 이상한 셈법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떠들 시간이 있으면 한 건이라도 아니 두 건 세 건은 족히 처리할 것 같은데 매번 자신의 무능한 업무 퍼포먼스를 묘하게 물 타기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점 최종 책임자인 지점장은 제대로 된 단도리 한 번 없이 좌시한다.


이 믿기 힘든 이야기의 끝은 하필 우리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그에 비하면 그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수족이 고생하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지금보다 덜 바쁠 때는 유야무야 넘겼던 것 중에 바빠지고 나니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점오의 역할도 못하는 책임자들의 무능이 일을 어떤 식으로 몰고갈 수 있는지에 대한 참상이다.

어쨌든 한 주가 갔다.

어떻게 월화수목금을 보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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