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결혼정보회사와 대학연구소가 설문한 자료의 결과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저성장 시대를 반영하듯 요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배우자로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래전 책을 사서 읽은 적도 있었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본인의 삶이 불안정하다 보니 규칙적이고 육아 시간이 확보되며, 워라밸과 노후가 보장되는 배우자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기자는 전했다.
나는 아직 배우자도 없는 데다, 특정 직업군을 배우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썩 와 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회사에 마음을 붙여 보려고 발버둥 쳤을 때 생각한 것과 곽금주 교수님이 말한 부분이 상당히 비슷하다. 내가 기혼자에 육아까지 하고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다니면 위에서 말한 저 내용이 실제로 가능하기도 하고, 정부에서 (저출산을 위한 정책으로 내거는) 각종 당근 같은 제도들을 눈치 보지 않고 한껏 이용할 수도 있다.
마침 안정(?)적인 직업군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도 한때는 특정 누군가에게 그런 안정적인 배우자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실제로 있었다. 그러나 나의 애정사는 그런 사치를 결코 허용치 않았고, 쓰라린 이별과 함께 회사 근속을 위한 이 작전도 말끔히 접어버렸다. 그리고 그 어떤 불순물은 단 한 톨 섞지 않은 채 , 오직 회사와 나의 적성만을 두고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햄릿이 되었다.
나는 가끔 이렇게 나와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설문조사를 보면 참 흥미롭다.
또 예전에는 "달달한 '돌체 라테'를 주문한 당신은 40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스타벅스의 연령별 취향 분석에 대한 글이었는데 30.40대가 돌체 콜드 브루와 돌체 라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소 우유나 단 맛이 섞인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나는 스타벅스에서 10잔 중 9잔은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그런 내가 아메리카노를 빼고 제법 많이 마시는 것이 돌체 라테라서 놀랬다.
커피에 대한 새 취향이 나도 모르게 내 나이를 따라가고 있었다니.
기타 의견이 소개되지 않는 설문 조사들을 볼 때면 어디서 오차범위 클 것만 같은 수치로 성급한 일반화를 구사하냐고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 수치에 나의 심리와 나의 현실이 빼박으로 맞아떨어졌을 땐, 그렇게 가졌던 반감과 난 좀 특별해했던 어떤 마음이 상당히 무색해진다.
오늘 아침, 사실 돌체 라테를 마시고 싶어 스타벅스에 들렸는데 이 기사가 생각나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예상했지만) 조사 결과 아메리카노는 '전 연령대에서 공통으로' 1위를 기록한 음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