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월

by 앤디


예전보다 추위를 많이 타서인지, 봄이 오다 만 것인지

벌써 4월인데 도무지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요즘이다.


3월의 그날은 비교적 따뜻한 날이었다.
혼자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지루하던 찰나 옆에 서계신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날이 따뜻해."

"그러게. 한 겹 한 겹 옷을 벗어야겠네."

"한 겹 한 겹 벗다 보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면 또 한 살 먹겠지."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귀에 박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종이에 적어놨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갔다.

세월이 가는 속도를 실감하고나서부터 '한 살 먹는 것'에 예민해졌다. 그렇다고 '또 먹을 한 살'에 대해 요란하게 준비하는 건 없다. 그냥 혼자 예민해만 하고 있다.

월요일만 잘 버티면 어느새 금요일이다. 그렇게 4번이 쌓이면 한 달이 지나있고, 그런 한 달을 3번 보내면 1분기가 지나있다. 시간이 이렇게 잘 가는 동안 물론 나도 변한 것이 있다.

● 브랜드명도 몰랐던 홍삼제품을 구입한다.

● 안티에이징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어려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 친구 셋이 모여 연예인 얘기가 나오면 셋다 틀린 이름으로 말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고, 대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뭔지 모를 찝찝함을 느낀다.

● 소화가 잘 안 된다.

● 가끔씩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서 난데없이 눈물이 난다.

● 여행을 갔다 오면 요양의 시간이 필요하다.

좀 있어 보이고 그럴듯한 변화를 생각해내고 싶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벌써 4월이다.

사소하지만 단단한 결심을 잊고 말까 봐

다시 한번 두 눈 부릅뜨고 오늘을 직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