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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pr 08. 2019

벌써 4월


예전보다 추위를 많이 타서인지, 봄이  오다 만 것인지

벌써 4월인데 도무지 봄기운을 느낄 수 없는 요즘이다.
 


3월의 그날은 비교적 따뜻한 날이었다.
혼자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지루하던 찰나 옆에 서계신 아주머니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날이 따뜻해."

"그러게. 한 겹 한 겹 옷을 벗어야겠네."

"한 겹 한 겹 벗다 보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오면  또 한 살 먹겠지."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귀에 박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종이에 적어놨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시간은 정말 빠르게 갔다.

세월이 가는 속도를 실감하고나서부터 '한 살 먹는 것'에  예민해졌다. 그렇다고 '또 먹을 한 살'에 대해 요란하게 준비하는 건 없다. 그냥 혼자 예민해만 하고 있다.

 월요일만 잘 버티면 어느새 금요일이다. 그렇게 4번이 쌓이면 한 달이 지나있고, 그런 한 달을 3번 보내면 1분기가 지나있다. 시간이 이렇게 잘 가는  물론 나도 변한 것이 있다.

 브랜드명도 몰랐던 홍삼제품을 구입한다.

 안티에이징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어려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친절하다.
 
 친구 셋이 모여 연예인 얘기가 나오면 셋다 틀린 이름으로 말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고, 대화가 다 끝나고 나서야  뭔지 모를 찝찝함을 느낀다.

 소화가 잘 안 된다.

 가끔씩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서 난데없이 눈물이 난다.

 여행을 갔다 오면 요양의 시간이 필요하다.

 좀 있어 보이고 그럴듯한 변화를 생각해내고 싶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벌써 4월이다.

 사소하지만 단단한 결심을 잊고 말까 봐

 다시 한번      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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