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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ug 19. 2020

좋은 게 좋은 거다의 용법



정확히 이때부터야 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예전부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을 싫어했다. 특히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이 말을 내뱉는 사람도 싫어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에는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일수록 경계하고 멀리하는 편이다.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고,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도처에 가득한데 너무도 비겁하고 손쉽게 모든 사태를 퉁치고 한 방에 뭉개버리는 느낌이랄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사람은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모가 나고 뾰족해서 참 피곤하다는 식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뭔가 되묻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대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왜 좋은 거며, 그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것이 과연 한 묶음으로 묶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맞냐고 말이다.(쓰고 보니 나조차 피곤해짐을 부정할 수 없지만, 정말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이런 질문을 실제로 내뱉은 적은 없다.


일상생활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말을 듣는 바로 그 순간부터 모든 대화를 마무리 지기 때문이다. 천성이 둥글둥글하지 못한 탓에 그 누구보다 동그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을 아끼고 좋아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그 어떤 대화도 이어나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그런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갈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나에게 대화를 향한 모든 욕구를 상실케 하는 결정적인 한마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유독 저 말을 혐오하게 된 것 같은데, 아마도 나만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그것을 기피하거나 무마하려는 사람들이 저 말을 많이 애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일방의 양보와 반쪽짜리 타협이 강요될 때도 이 말이 자주 쓰이는데 그래서 나는 이 말이 갖고 있는 폭력성에 대해 깊은 유감을 갖고 있다.


 차라리 (너에게는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불확실한데 그래야 나에게는 좋아) 그래서 (내가) 좋은 게 (나는) 좋은 거다라고 말을 하면 그 솔직함과 당당함에 박수라도 쳐주겠다. 하지만 평상시 내가 만나는 화자의 대다수는 주어를 생략시킨 저 말을 너무 쉽게 오용하고 남발한다.

 

오늘도 몇 명이 내게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뭐라고요? 좋은 게 좋다고요?

아, 너만 좋으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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