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더위 속에서 상처 꿰매기

by 앤디



커피를 좋아하시는 차장님 덕에 매일 아침을 핸드드립 커피로 시작하는 호사를 누린다.

사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선호하는 어떤 맛이 있긴 한데 설명을 못 하는 수준이다.

딱 거기까지다.

허세 한 줌 섞어서 말해 보자면, 세상살이가 커피보다 쓰다고 느꼈을 그때부터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커피는 맛이 있다. 이국적인 달콤한 맛이다.


드러내질 않을 뿐이지 누구나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산다. 슬픈 감정이 들 때 일이 있어서 다행이란 사람도 있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생각을 안 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진짜로 상처를 잊는 순간이 온다고 말이다.
아쉽게도 나는 아니다. 온종일 상처를 응시하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아물까 말까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상처’와 평생 해야 할 ‘먹고사는 일’. 어떻게 공존동생 (共存同生) 해야 하는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상처는 참 아물지 않는다.




밤 비행기로 도착해서인지 다낭 여행은 출발부터 정신이 없었다. 그래, 여기 머무는 동안만큼이라도 이렇게 나의 정신이 흩어지기를. 내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였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날 아침부터 다낭의 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해도 해도 너무 더웠다. 미친 더위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나니 갑자기 실연의 상처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더워 죽겠는데. 뭔 놈의 사랑일까.

나의 욕구란 철저하게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따르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이 더위에 기대 나의 상처를 다 하찮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 보았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주 가끔 점심을 위한 요리를 저녁에 먹게 되는 경우가 있긴 한데, 긴 시간을 들인 만큼 제법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편이다. 쿠킹 클래스를 신청해 베트남 현지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유능한 선생님 덕에 다행히 제시간에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름난 맛집에서 먹는 음식도 좋지만 여행지에서 현지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는 건 맛있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였다.




택시 기사님이 엉뚱한 곳에 내려줘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호텔 입구를 찾아 헤맸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야 겨우 들어간 호텔에서 우리의 고생을 안다는 듯 룸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여자 둘이 쓰기에 과하게 로맨틱해서 씁쓸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에서 정돈되지 않은 감정을 질질 흘리는 것만큼 낭패가 없다. 꿰매도 꿰매도 삐져나오면 또 도망을 칠 것이다. 오늘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바라보며 떠올린다. 다낭의 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