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돈은 죄가 없다

by 앤디



자본주의 시대 한복판에 살지만, 돈에 대해서는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너무 없는 것도 싫지만, 너무 그것을 쫓고 싶지는 않은.

매일 스테이크는 못 먹어도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만큼은 거리낌 없이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하지만 뭐가 됐든 ‘주저하지 않으려면’ 결국 돈이 많긴 해야 할 것 같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본 적이 없어서 돈의 위력이란 것은 정확히 모른다. 여기저기서 돈 이야기를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주식, 경매와 관련된 책을 읽어 보기는 했다.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풀기는 해야 할 것 같은 수학 문제집처럼 느껴져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고 있다.

그래도 천천히 공부해 볼 생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벌고 나서부터 내가 지불하는 돈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와 상품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돈이 없으면 하기 싫은 걸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도 유독 오랜 시간 홍콩을 외면했던 것에는 사실 개인적인 오기가 한 몫했다. 평소에도 ‘그런 것’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굳이 내 돈 써가며 거기까지 가서 자발적인 쭈그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왠지 홍콩에 가면 ‘그런 것’만 보다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런 것’이란 돈의 위력이다.

하지만 계속 외면하기에는, 직장인이 짧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홍콩이 있었다.



홍콩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명품이 즐비한 쇼핑 거리이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브랜드의 옷과 가방이 내가 걷는 거리마다 흔해 빠지게 걸려 있었다. 2박 3일짜리 관광 2번 만으로 홍콩에 대해 함부로 떠들 수는 없겠지만 희한하게 홍콩에 대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거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속 홍콩,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은 수많은 마천루들이 만들어 낸 '너무 높아 닿을 수 없는' 홍콩뿐이었다.




다만 첫 번째 홍콩 여행 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소호 거리를 두 번째 여행 때 방문하고 나서 조만간 이곳 때문이라도 홍콩을 다시 오겠구나 생각했다. 며칠을 거기만 맴돌다 와도 기분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충분히 탐험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시 홍콩에 간다면, 반나절은 지갑 열리게 하는 소소한 물건들을 실컷 구경하고 반나절은 느낌 있는 음악이 흐르는 펍에 틀어박혀서 이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맥주를 마시고 싶다.




이십 대 때와 달리, 뭔가 남겨두고 오는 여행은 이제 좋은 것이 되었다. 그 아쉬움 때문이라도 하루하루 예전 같지 않은 몸을 이끌고 어떤 장소에 갈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제니 베이커리에 들렀다.

쿠키도 쿠키지만 쿠키가 담긴 통이 예뻐서 5통을 사고야 말았다.

아. 돈은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