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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31. 2020

연애를 시작한 후배


 

 몇 주전, 퇴근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회사 동료가 회사 후배의 연애 소식을 알려왔다. 연애 상대의 실명을 거론하는데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말을 해준 회사 동료, 연애를 시작한 그 후배와 같은 건물에서 일한 직원이었다. 올해 회사에는 6개월 정도 일하는 기간제 직원들이 각 부서마다 많았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일하지 않는 한 알턱이 없었다. 나와 같은 또래면서 미혼인 회사 동료는 후배의 연애에 대해 역시 젊어서 가능한 일이라며 부럽다고 했다. 사실 나는 젊음만으로 연애가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그 말이 딱히 와 닿지는 않았다. 다만, (꼭 연애가 아니어도) 기존의 관계와 만남도 모두 유예되는 상황에서, 보이는 건 마스크 색상과 형태뿐인 상황에서 누군가는 그 너머를 보고 짧은 시간에 가장 친해질 수 있는 연애 상대를 만났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역시 이 놈의 세상이란 될 놈은 다 되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올 한 해 새로운 만남이 있었나 돌이켜봤지만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마스크를 쓴 와중에 조심스럽게 나름의 활동을 했지만, 모든 모임은 마스크를 쓴 채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없었다. 코로나 이전의 상황이었다면 수업이 끝나고, 모임이 끝나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저번 주에 끝이 난 수업은 코로나 단계 격상으로 중간 이후부터 줌 수업으로 전환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니터 앞에서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수강생들의 맨 얼굴을 처음 보았다. 수업 장소까지 긴긴 시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밑에는 잠옷 바지를 입고 있어 줌 수업도 은근히 편하네 하는 생각을 했다가도, 화면 속 내 얼굴이 어색해 신경 쓰이고 생활환경이 한 시야에 담겨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은 참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특유의 긍정적인 영향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서로 주고받을 수 없음이 너무 아쉬웠다.






 한 해가 이렇게 간다니까  어쩔 수없이 1년을 돌이켜보게 된다. 크리스마스에서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오버스럽고 들뜬 분위기가 사라져서 그런가. 왠지 모를 허무함, 공허함만이 주변을 맴돈다. 다들 어떻게 1년을 살아낸 건지 모르겠지만, 훗날 마스크를 벗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 그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

 그레이빛이 감도는 회사 안팎의 분위기를 뚫고  연애를 시작한 후배에게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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