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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pr 18. 2019

옷장 정리 그리고 미스터리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놀랄 것이 없다. 다만 그렇게 입을 옷이 없는데 옷장은 늘 터지기 일보직전이니 그것이 참 미스터리다.  옷장 터지는 것도 막고, 미스터리도 풀 겸  분기별로 한 번은 옷장 정리의 시간을 갖는 편이다.

정리를 하다 보면 지나간 내 옷들이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홈웨어


  나의 쇼핑은 결국 집에서 입을 옷들을 양산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나의 옷장은 홈웨어 풍년이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잠옷을 산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질 않는다.  분명 이 옷들을 살 때는 계절 바뀐 기념으로 예쁘다고 샀을 텐데, (일정 시간 지나 한 곳에 모아놓고 보니) 참 계절 안 타면서 미적 기준 의심되는 옷들 투성이다.  

한 벌 한 벌 다양한 홈웨어들을 개면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옷들을 산 거냐며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지난 옷들을 정리하는 것은 결국 지난 취향을 정리하는 것이요, 더 나아가 과거의 심미안과 촌스러웠던 나날을 후회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살 빼면 입을 컬렉션


 유독 옷 살 때만 다이어트에 대한 호기로움과 자신감이 폭발하는 모양이다. 사는 동안  마네킹 혹은 의류모델의 그 어떤 언저리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그들의 이미지에 혹해 또 옷을 사고 만다. 물론 야무지게 조건부 핑계를 붙인다.

살 빼면 너무 잘 입을 거야.


이런 식으로 한 벌 두 벌 모은 옷들이 컬렉션이 되었다.

미래지향적 사이즈의  이 옷들 아직 못 입어봐서 그런 건지 정리할 때마다 참... 예뻐 보인다. 결국 단호하게 버리지 못하고 다시 곱게 개서 옷장에 넣는다.



이리하여 옷장에는 늘 입을 옷이 없다.

정말이지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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