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벚꽃과 BTS가 준 봄날

by 앤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꽃을 볼 일이 없었는데, 어제 출장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거리의 벚꽃들을 실컷 감상했다. 벚꽃은 그 자체로 참 예쁜 꽃이지만, 그 예쁨을 잠깐 보여주기 때문인지 볼 때마다 있는 사연, 없는 사연들을 떠올리게 한다.



친한 동생과 도쿄에 갔을 때는 도쿄의 벚꽃들이 피는 시기였다. 벚꽃 길을 거닐며 원 없이 벚꽃 놀이를 했다. 역시 아름다운 건 같이 보고 싶은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그곳에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날의 아쉬운 점은 딱 두 가지였는데, 날이 흐려 때때로 비가 온다는 것과 우리가 먹고 싶었던 케이크 집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봄이라 하기에는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 길을 헤매고 다녀서 그런지 우리는 쉽게 지쳐 버렸다. 잠시 쉬기 위해 벚꽃 길 한가운데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둘 다 계속 말없이 지도를 검색했다. 그 케이크 집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있어서 누가 옆에 다가오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어떤 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그분도 어디를 못 찾아서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말을 거는 줄 알았다.

“아. 네.”

"벚꽃을 봐야 하는데 비가 와서 어떡해요. 내가 미안해요.”

내가 벚꽃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비가 온 것뿐인데... 그걸 왜 사과하시지 했는데, 그 말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팬 소위 일본인 아미였다.

BTS 때문에 한국에 여러 번 온 것은 물론이고 최근의 한국 방문 때는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앞에까지 찾아갔다며 자랑을 하셨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나는 좋아한다. 그 마음과 행동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분의 말에 순도 100%의 리액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에게 가장 놀랬던 건 사실 한국말 실력이었는데 문법, 억양, 발음을 완벽히 구사해 한국말을 어쩜 그리 잘하시냐고 물어봤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유튜브로 한국말을 독학한 결과라고 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구사하는 어휘는 당장이라도 비정상회담에 출연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한류라는 것을 말로만 듣다가,

디테일하게 실감하고나니 한국인으로서 괜히 어깨에 뽕이 들어갔다. 도쿄의 벚꽃 거리 한복판에서 일본인과 한국말로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BTS 덕에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 하나가 생겼다.





벚꽃을 보면 그 날이 떠오른다. 그분도 떠오른다.

“그때는 제가 방탄소년단을 알기만 하고 음악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더 적극적으로 호응해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이 봄날, 당연히 듣고 계시겠죠? BTS의 봄날.”



에필로그- 대화 내내 조용히 듣고만 있던 동생이 갑자기 용기 내어 이 케이크 집 혹시 아시냐며 그분에게 사진을 보여드렸다. 마침 그곳은 그분이 매년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는 곳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남편분까지 대동해서 우리를 그 케이크 집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그리고 좋은 여행 하라며 홀연히 사라지셨다. 케이크의 달콤함에 따뜻함까지 더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