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친한 후배가 우리 지점에 일 때문에 방문했다. 후배는 곧 독일로 해외연수를 떠날 거라며 들떠있었다. 평소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그 후배는 해외여행 경험이 본인의 신혼여행 한 번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들떠 있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일정 연차가 되면 일주일간 해외연수를 가게 되는데, 올해는 그 후배의 순서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5년 전에 후쿠오카와 상해를 다녀왔다. 연수란 사실 별 건 없다. 해외 유관기관을 방문하고, 그 기관의 업무와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공식 일정이 끝나면 관광을 하긴 하는데 회사에서 동료 직원들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이라기보다는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어쨌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긴 했다.
철저하게 공식적인 스케줄대로 움직이기에 개인 시간이라는 것은 1분도 없었지만, 회사 해외연수라서 좋은 점도 많았다. (해외연수로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을 몇 번 갔었지만, 내가 일본에 가서 주로 먹은 건 라멘, 카레, 우동, 다코야끼,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한정식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가이세키를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먹어봤다. 유카타를 입고 코스별로 정성스럽게 서빙을 해주는 음식을 먹고 있으니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후쿠오카에서 마지막 날 저녁에는 와규도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평소 소고기를 잘 먹지 않는 내가 그때만큼은 폭풍흡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유명한 일본의 온천도 이때 처음으로 경험했다. 가이드 분이 하도 그 효능에 대해 강조를 하셔서 후쿠오카에 있는 동안 매일 온천욕을 했다. 아마 이때 삼십 대 직장인 특유의 잘 먹고 잘 쉬다 오는 여행을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 같다. 그 전의 일본 여행은 주로 미술관에 있거나, 절에 있거나, 공원과 이름 모를 골목을 누비다가 맥주를 마시는 것이 다였다.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고 얄미울 정도로 잘 정돈된 일본을 떠나 이번에는 중국이었다. 대륙의 스케일을 난생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건축물의 크기와 스타일, 음식 문화,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 거의 모든 것이 일본과 정반대라 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두 나라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버스 운전해주시는 기사분의 운전이 상당히 차분하셔서 차 안에서 거의 졸기 일쑤였는데, 중국에서는 왕 따거의 화끈한 운전 스타일로 인해 매 순간 스릴이 넘쳤다.
상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야경과 임시정부였다.
사실 난 여행지로서의 중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아는 것도 없고 당연히 그 어떤 기대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랬다가 상해 야경을 보고 너무 멋져서 감탄을 연발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야경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상해 임시정부를 직접 봤을 때는 감회가 남달랐다. 생각보다 작고 소박해서 더 뭉클했는데, 그때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기념품 가게에서 컵을 하나 샀다. 개인적으로 간 여행이었다면 거기서 분명 오래 머물렀을 것이다.
해외연수 가기 전에 이번 주 후배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평소 열심히 일하는 후배에게) 생애 두 번째 해외여행을 재밌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고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