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추석과 같은 긴 연휴는 비싸더라도 비교적 짧은 연차로 멀리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거기에 기-승-전 -결혼이라는 식상한 흐름 끝에 마침내 듣고 마는 친척들의 명절 공식 질문, '넌 대체 시집 언제 가냐'라는 걱정도 뭣도 아닌 그 말도 정말 피하고 싶었다.
나와 사촌언니는 이 두 가지 접점이 서로 정확히 일치하여 둘이 추석에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어떤 기억은 때때로 전혀 상관없는 경험과 겹쳐지는 것인지 바르셀로나하면 나는 '사랑'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아프다.
아마 바르셀로나를 갔을 때의 언니와 나의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나와 언니는 오랜 시간 좋아했던 사람과 각자 잘 만나고 있었다. 비록 여행을 갔을 때 둘 다 미혼으로 도망치듯 떠났지만 둘 다 그 사람들과 결혼을 꿈꿨을 정도로 우리는 사랑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 언니는 언니대로, 나는 나대로 그 사랑에 지독하게 차였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둘 다) 그 치명상으로부터 완전히 회복이 안되었다.
진부하지만ㅡ
진짜 하늘 같은 바르셀로나의 하늘을 볼 때만 해도,
구엘공원에서 어린아이 마냥 함박웃음을 지었을 때만 해도,
람블라스 거리를 누비며 그의 선물을 골랐을 때만 해도,
시체스 해변 모래사장에 나의 사랑을 새겼을 때만 해도,
다음에는 지로나에 꼭 그와 함께 와야지 결심했을 때만 해도
나의 오늘이 이러할 줄은 전혀 몰랐었다.
이쯤 되면 괜찮겠지 싶다가도, 이미 눈에 눈물이 고여있어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사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단언하는 형식을 띄는 명제 중에 아직까지는 반례를 못 찾아 내가 신뢰하는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 약이다'란 말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아닌 내 경우가 그 최초의 반례가 되지 않을까 많이 두렵다.
uno, dos, tres, cuatro
얼마나, 더 세야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