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by 앤디



내 방에 CCTV라도 단 것인지 읽고 있는 소설에서 오스트리아를 언급하고 있는데 대학 동기가 갑자기 오스트리아에 가지 않겠냐고 문자가 왔다. 나는 이런 상황을 꽤 좋아한다. 촌스럽지만 왠지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오스트리아에 대한 거라고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참 헷갈린다 이 정도 느낌만 갖고 있었다. 이 나이쯤 되면 취향이라고까지는 못해도 슬슬 기호가 분명한 시기이다. 따라서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게다가 유럽에 아직 안 가 본 나라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 드라마틱한 타이밍에 홀린 건지 이름도 헷갈리는 그 오스트리아를 결국 친구 따라 가고 말았다. 마침 그때는 시간이 있어 오스트리아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무지하다 보니 애초에 오스트리아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친구가 왜 가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곳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있었고, 훈데르트바서의 곡선이 있었고, 에곤 실레의 욕망이 있었고, 아인슈페너가 있었고, 스와로브스키가 있었다. 이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인데 그 첫 번째는 난생처음 먹어 본 농어 스테이크다. 사실 슈니첼과 유서 깊은 카페의 케이크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큰 감흥이 없었다. 이거 하나 먹자고 그렇게 오랜 시간 길을 헤맸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농어 스테이크는 너무 쉽게 찾은 레스토랑에서 느낌대로 시킨 메뉴였다. 그 어느 때 식사보다 밥값은 많이 나왔지만, 오스트리아의 빈 한복판에서 이토록 맛있는 농어 스테이크를 먹고 있으니 이 정도면 제법 성공한 인생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돌아가면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특별히 오스트리아의 농어요리가 유명한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 농어요리를 먹으러 다시 오스트리아의 빈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 왔으니 잘츠부르크를 아니 갈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 중에서도 잘츠부르크는 친구가 엄청 강조한 장소이자 공을 들인 곳이라, 호텔 예약부터 모든 루트에 대해 친구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녔다. 그래도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데 가기 전에 모차르트의 음악은 듣고 가는 게 바람직한 자세 같아서 몇 곡 듣고 갔다. 그런데 다녀와서 기억에 남은 건,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이름 모를 밴드가 연주한 너무도 유명한 한 노래였다.






친구는 온종일 아기자기하고 예쁜 장소로 나를 실컷 안내하더니 잘츠부르크의 여행의 마무리는 꼭 이곳에서 해야 한다며 수도원 맥주 양조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축제 기간이었는지, 아우구스티너 브로이는 여행객보다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맥주의 위력인지, 밴드의 음악 덕인지 분위기가 엄청 들썩이고 흥겨운 곳이었다. 당연히 나도 그 분위기에 도취되어 목소리가 커지고 평소보다 오버하게 되었다. 한참 동안 모르는 노래만 부르던 밴드가 갑자기 Eagles의 Hotel California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가 거의 다 지면서 밤이 찾아오고, 맥주 드링킹으로 한껏 기분이 좋아져 있는 상태에 이 노래라니. 나의 흥이 정점을 찍기에 너무 충분했다. 클래식의 이미지가 강했던 나라에서 맥주를 부르는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상상을 못 했기 때문에 흥이란 것이 더욱 폭발했던 것 같다. 그곳이 비록 Hotel California는 아니었지만, 그 밴드의 음악 덕에 나에게는 such a lovely place로 남아 있다.(장르를 불문하고 참 음악이 있는 나라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우리 계획보다 아주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다가, 겨우 호텔로 돌아갔는데 그러고 보니 노래의 마지막 가사도 그 장소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이전 10화사랑,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