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이다. 나름 알찬 주말을 보내 뿌듯했는데도, 일요일 오후 해가 지면 어김없이 끔찍한 기분이 든다. 지독한 월요병이다.
내 일상의 밤 경치란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꼭 야경을 보는 편이다. 인공의 빛이 아름다울 수 있는 유일한 순간, 야경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 말고도 항상 수만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밤을 밝히는 인간의 과학이 대단하다, 저렇게 유지하는 그 기술과 자본이 대단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대단하지 못하고 하찮을까 등등 야경은 화려할수록 그 앞의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내가 사람이든 장소든 좋아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헝가리와 부다페스트가 그랬다.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특히 부다페스트. 들을 때나 말할 때나 어감이 좋다. 신기한 건 이름이 맘에 드는 도시는 진짜 가서도 홀딱 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도시에 가봤던 사람처럼 길도 잘 찾고 쉽사리 친근감을 느낀다. 부다페스트 거리에서 유독 큰 개와 산책하는 헝가리인들을 많이 보았다. 나도 큰 개를 키우고 있어서 그것마저 친숙했는데 뒷골목을 누비다가 (비교적 작은 아파트로 보이는 베란다에서조차) 큰 개가 튀어나올 때는 솔직히 놀랬다.
헝가리 가볼만한 곳 리스트에는 꼭 온천이 들어있다.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 궁금해서 가 보았다. 뜨거운 것에 약한 나는 평소 사우나나 온천욕을 즐겨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도 저도 아닌 헝가리 온천의 온도에 적잖이 실망했다. 내가 이 정도면 온천욕을 자주 하는 한국인과 일본인에게는 밍밍한 온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헝가리 스타일 온천욕을 경험하는 측면에서는 재밌었다.
내가 헝가리에 다시 간다면 센텐드레에 다시 가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열차보다도 더 예스러운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부다페스트에서 떠나는데 여정의 시작부터 기분 좋은 느림을 경험했다. 마을에 도착해서도 그런 기분 좋은 느림을 느꼈다.
여러 상점을 구경하다가 프린팅이 예뻐서 들어간 가게는 100년 넘게 가업을 이어온 곳이었다. 디자인도 예뻤지만 그 역사에 매료돼 조카 선물과 나를 위한 앞치마를 샀다.
그곳에서는 최대한 slow motion으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같이 간 친구는 큰 흥미를 못 느끼는 건 같아 반나절만에 돌아왔다. 다시 간다면 꼭 '월요일'에 가서 평소 나의 월요일의 속도와는 정반대로 느릿느릿 그렇게 센텐드레의 월요일과 부다페스트의 밤을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