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디 Aug 27. 2023

젊음 믿고 까불었던 시절이여 안녕

마흔의 건강


최근에 의료비로만 100만 원 넘는 지출을 했다.


두 달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치료가 필요한 몆 가지 질환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원인 모를 복통과 잔병치레 말고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나는 건강을 과신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타고난 건강은 관리 없이도 쭉 유지될 줄 알았고, 건강한 상태는 언제나 디폴트로 깔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신청하라는 회사 공지가 날아올 때면 아 벌써 돌아왔네 하며 (그 중요한 일을) 귀찮아하곤 했다.


그러다 3년 전 건강검진에서 발견되었던 종양을 1년간 방치하다 작년에 수술로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건강검진 결과의 문구 하나하나 쉬이 지나칠 수 없게 되었는데, 내 건강상태에 대한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드시 떠받들어야 할 명령이 되었다.






 이번에 내가 살펴야 할 부위는 위와 치아였다.

건강검진 당일, 위 내시경 담당의사가 헬리코박터균 보균이 의심되어 조직 검사를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도 어? 유산균 음료 광고에서나 들었던 그 헬리코박터균? 그게 왜 내 위에? 이랬었다.

나의 사전문진표를 보신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을 언급하기 전까지 말이다. (나의 할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위암을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한 이력이 있다) 의사 선생님이 내게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것 같은데, 위암환자 대부분이 헬리코박터균 보균자라며 검사결과가 양성이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이어가셨다. 담당 의사의 예상대로 내 위에서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되었고 나는 제균치료를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해서 약을 처방받았다. 위 내시경을 하다 조직검사를 몇 번 했었지만 여태까진 경미한 위궤양이나 위염정도였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설명을 듣다 위암의 가능성까지 이어지다 보니 새삼 나의 식습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건강검진의 대미를 장식했던 구강 검진에서는 군데군데 충치가 발견되었다. (그러고 보니 위에 이어 아버지는 치아도 약하시다) 평소에 통증이 있진 않았는데 충치가 여러 개 있다는 소리에 바로 치과 예약을 했다. 충치 정도와 크기에 따라 치아 하나하나의 치료 비용이 갈렸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 비용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속담, 이번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나란 인간의 재확인이었다.





 나의 잘못된 생활습관, 건강관리에 대한 무지와 건강에 대한 과신, 병에 대한 가족력이 시너지(!)가 되어 신체문제로 드러나는 시기가 사십대부터인 것 같다. 제대로 신경도 안 써주면서 사십 년 가까이 써먹고 혹사시켰으니 몸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게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마음 여기저기를 할퀴고 간 갖가지 상처와 현대인의 스트레스 또한 사십 년간 누적되었으니 그 전부를 받아낸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도 이상하다.


삼십 대 후반 이후 병원에 입원한 것만 세 번이었지만 결국엔 치료가 되었고, 잘 회복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단계였다는 것은 참 다행이었다. 마흔 맞이에 앞서 건강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잘 챙기라는 좋은 의미의 경고장이라 여기고 있다.


미처 자각하지 못한 동안에도 내 신체의 연식은 진작 말해주고 있었다.

"젊음 하나 믿고 까불 수 있는 시절은 이미 끝났어"


 소화력도 떨어졌지만, 요즘엔 의도적으로 덜 먹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아침 종합비타민, 비타민D, 유산균, 홍삼을 때려 넣는다. 사십 년째 수고해 준 몸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최소한의 도리랄까.

진정한 성의표시로 다음 달부터는 헬스장도 다시 가려한다.


사용하기에 급급했던 신체를 단련시키고, 건강관리에 힘쓰는 것. 사십 대 여정을 채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준비물은 이것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리오너라, 마흔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